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을 언급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나 100% 부담까지 못 박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굳힌데다 이날 마지막 남은 경쟁자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가 경선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올해 말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의 방위비 부담 언급은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은 미군 주둔에 따른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대리방위=방위비 전액부담’이라는 단순논리를 확대시키는 허점을 안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을 포함해 동북아에서 미군 주둔은 미국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북한 핵실험에서 보듯이 주한미군은 이 지역에서 핵 군비경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여기다 미군의 한국전 참전에서 시작해 1960년대 우리의 베트남전 참전, 1990년대 및 2000년대 1·2차 걸프전 참전 등 한미동맹의 연혁은 깡그리 배제하고 ‘기업가적 발상’에서 방위비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동북아의 지정학 측면에서 긴장완화의 균형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이 지역과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미국의 국가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음을 미국민은 숙지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이 양국에 대한 호혜적 관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미외교를 펼 필요가 있지만 미국 정치인들 역시 가급적 미국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는 언급을 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