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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서 국내 온도·습도 적응후 5중으로 둘러싸인 포장 해체
목조 액자도 100년 이상된 유물… 獨 전문가 건강검진하듯 체크
전시회 티켓 사전예매 1위 올라
모네와 반 고흐, 세잔,고갱,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거장들이 실내 작업실을 박차고 야외로 나가 햇빛의 효과를 고스란히 담은 풍경화 진품들이 서울에 도착했다.
15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실. 미술품 전시장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LED패널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발라프 리하르트 미술관의 컨서베이터(소장품 복원·관리 전문가) 바네사 페르난데스 로드리게스 씨가 푸른 라텍스 장갑을 양손에 꼈다. 조심스레 그림을 들어 뒷면을 살핀 그는 환한 조명 앞에 작품을 세우고는 손전등과 돋보기까지 들고 꼼꼼하게, 액자부터 그림까지 철저히 확인했다. 거장의 숨결이 깃든 붓터치가 생생한 진품 유화 뿐만 아니라 백 년 이상된 섬세한 목조 액자 또한 문화재급 유물이기에 로드리게스 씨는 혹여 숨결이라도 닿을세라 호흡도 멈춘 채 작품을 들여다 봤다.
꼬박 이틀간 건강검진하듯 상태를 살핀 이 귀한 유화 67점은 서울경제가 주최하고 한국i문화사업단이 주관해 오는 19일부터 내년 4월 3일까지 개최하는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을 위해 한국에 왔다. 지난 11일 전시작의 절반이, 다음날 나머지가 서울에 왔다. 컨서베이터인 로드리게스 씨와 예니 슐츠 씨는 목숨보다 더 중한 작품들과 함께 화물기를 타고 왔다. 도착한 작품들은 수장고에서 꼬박 24시간 동안 한국의 온도·습도에 적응하는 기다림을 거쳤다. 갑자기 확연히 다른 환경에 노출될 경우 작품이 자칫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려 5중으로 둘러싸인 포장을 벗기고 전시하는 해포(解包)작업은 14일부터 시작됐다.
원작이 내뿜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수백억원 대의 가치를 압도했다. 반 고흐가 5점의 연작을 제작할 정도로 애착을 가진 '랑글루아 다리'를 비롯해 세잔의 대표작인 '엑상프로방스의 서쪽 풍경'과 '배가 있는 정물', 인상주의의 어원을 제공한 클로드 모네의 '팔레즈의 안갯속 집' 등 서양미술사 교과서에서나 봄직한 걸작이 모두 모였다. 인상주의는 화가들이 야외로 나가 변화하는 햇빛 속에서 자연을 포착하며 작가의 주관적 인상을 가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풍경화'가 그 핵심이다. 국내에서 인상주의 작품들의 인기가 워낙 높은데다, 풍경화라는 단일 장르로 인상주의를 총정리해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 전시는 사전예매 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1588-2618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