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래식 추천 책
북클래식 추천 책
경제, 국제정치·안보가 한치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타개할 정책의 결실을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해 위기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조선·해양 등 기간산업 전반이 중국의 추격·추월로 흔들리고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의 성장이 한계를 맞은 만큼 재빨리 선도자(first mover)로의 변신이 절실한데도 노동시장 개혁 등 정책적 뒷받침은 부지하세월이다.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43% 수준으로 역대 국회 중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고전했던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이 중요한 현안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데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로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지난 1987년 헌법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거나 정치문화를 더욱 성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강원택 한국정치학회장(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으로부터 정치개혁에 참고가 될 만한 책 두 권을 추천받았다. ‘20년의 실험-한국 정치개혁의 이론과 역사(장훈 지음, 나남 펴냄)’와 ‘한국의 민주주의-공고화를 넘어 심화로(손병권 등 지음, 오름 펴냄)’다. 각각 2010년, 2012년 발간돼 다소 오래됐지만 짧은 민주정치 제도를 회고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년의 실험’은 정치개혁 20년 역사를 돌아보면서 그동안의 개혁이론에 따른 기여와 불완전함을 돌아본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딴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썼다. 1987년 직선제 개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20여년에 걸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를 정치개혁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정당·선거 등 단편적 주제의 분석서는 있었지만 정치개혁이라는 관점에서 1987년 6월항쟁 이후를 처음으로 살폈다. 장 교수는 책에서 “이론적으로는 선진화 담론과 민주주의 위기론이, 현실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과 불만이 교차하고 있다”고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을 진단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민주화 이후 정치제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여러 학자가 분석했다. 2009년 선진사회연구원의 지원을 받은 연구과제로 정치학자 박경미·손병권·임성학·전진영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책은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넘어 심화를 위해 현재의 정치제도에 대한 진단과 개혁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정치제도 자체의 안정성과 이에 대한 신뢰는 있지만 현 정치제도를 통해 발현되는 정치적 결과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권자들의 불만과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존 정치제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