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확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5명, 위원 19명, 후보위원 9명 등의 명단을 공개했다.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김정은 외에 위상이 높아진 인사는 상무위원에 포함된 박봉주·최룡해가 꼽힌다. 내각 총리인 박봉주는 정치국 상무위원뿐 아니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새로 올렸다. 군사 문제를 다루는 당 중앙군사위에 민간인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된다. 박봉주는 경제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이 이번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을 집행하면서 당 중앙군사위 위원으로서도 군사력·군수공업 강화 지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추진하는 핵·경제 병진 노선의 한 축을 맡게 되는 셈이다. 최룡해에 대해서는 기존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을 대신해 신설된 정무국 부위원장 중 가장 높은 서열 등을 근거로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노동당 비서직에 해당하는 정무국 부위원장에 새롭게 포함된 리수용 외무상,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장도 위상이 높아진 인사로 분류된다. 리수용은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강석주 국제담당 비서의 자리를 이어받고 리만건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군 참모장으로 있다 올해 초 숙청설이 제기된 리영길은 후보위원 명단에 포함돼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인사는 고령으로 퇴진이 예상됐던 김영남(88) 정치국 상무위원, 김기남(87) 정치국 위원의 유임을 근거로 ‘노장청의 조화’ 원칙이 지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 수가 기존보다 각각 2~5명 늘어났다는 점에서 ‘김정은 대관식 기념 승진잔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처음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 향후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서국을 대신한 정무국 신설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역할이 정무국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무국의 파워는 그 어느 기구보다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고지도자의 명칭을 ‘비서’로 사용한 것은 명목상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며 “북한이 비서국 폐지를 통해 비서직을 없앤 것은 사회주의와 확실하게 결별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내세운 독재 체제로 나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