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국면에…실마리 못찾는 성과연봉제

캠코 도입 의결했지만 노조 반발
홍영만 사장 지방노동청에 고발돼
주금공 노조도 85% 압도적 반대표
금융노조, 노총과 연대 초강수에
임종룡 "금융의 미래 없다" 압박
사이에 낀 공기업 수장만 속앓이



금융공기업 대상의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 사측과 노조와의 ‘강대강’ 국면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일부 금융공기업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첫 단추를 끼웠지만 노조의 반발이 계속돼 서로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캠코측은 앞서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받은 동의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은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노조의 동의 없이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가능하다. 결국 캠코 측이 성공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받은 동의서에 대한 효력 여부가 주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홍영만 캠코 사장이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불법적으로 강요했다며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된 상황이라 실제 도입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진행한 캠코 노조의 성과주의 도입 찬반투표에서도 80.4%가 반대표를 던지는 등 내부 반발이 거세다.

여타 금융공기업 또한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달 예금보험공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노조 측은 “노조위원장이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측과 합의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또한 김재천 사장의 사의표명이라는 배수진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85.1%라는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져 실타래가 한층 더 꼬이게 됐다.

금융공기업 측은 노조에 대해 회유와 압박을 병행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금융공기업 측은 지난 3월 산별노조가 아닌 개별노조와의 협상을 위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대립 국면만 심화시켰다는 평이다. 금융 노조는 지부별 개별 협상은 없다며 “성과연봉제 관련 교섭권은 금융노조에 있으니 산별노조와 대화하자”며 금융공기업 측을 코너에 몰아 세우고 있다. 금융노조는 오는 14일에는 노조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부별 노조대의원 합동 회의를 개최하고 양대 노총과도 연대한다는 방침이라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반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나날이 강도가 세지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월 “성과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 하고 또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열린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는 “성과주의 도입 없이는 금융의 미래는 없다”며 금융권 전체를 압박했다. 또 이날 열린 제3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는 “금융 공공기관이 무사안일한 ‘신의 직장’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성과 중심 문화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대립 상황에서 모두가 주시하는 곳은 바로 기업은행이다. 특수은행이지만 시중은행과 역할이 겹치는 데다 임직원 수 또한 1만3,000여명이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탓이다. 임 위원장도 이날 “기업은행은 민간 은행과 업무가 가장 유사한 만큼 민간 금융사가 참고할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성과 중심 문화 확산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당국의 압박도 거세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은 2일 일선 지점장들이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방향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직원들의 반발만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지난 총선으로 가뜩이나 노조 측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십년 동안 유지돼온 인력 운용의 틀을 바꾸는 작업인데 당국이 지나치게 조급해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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