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6]다이아몬드 교수 "더 나은 인류의 미래, 전통사회로부터 위협에 대처하는 자세 배워야"

‘총, 균, 쇠’ 저자 다이아몬드 UCLA 교수 서울포럼 2016 참석
"사자의 위협에 노출된 남아공 쿤族, 극도의 조심성으로 사망률 0.4%로 떨어뜨려"
"부의 불평등·자원 남용·핵 전쟁, 인류 삶에 큰 영향 줄 것"

‘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16’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현대사회는 전통사회로부터 위협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호재기자


“한국이나 미국처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현대사회에는 전통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기근이나 전염병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위협에 대처하는 자세만큼은 아직도 현대사회가 전통 부족사회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는 1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16’의 기조강연에서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역사와 전통으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총, 균, 쇠’로 지난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리학과 조류학·진화생물학·생물지리학 등을 두루 섭렵한 거장이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모색한 ‘어제까지의 세계’ ‘나와 세계’ 등도 그의 대표적인 명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남아공 쿤족(族)을 예로 들어 전통사회가 갖가지 위협과 리스크를 제거하며 생존을 지탱해가는 방식을 소개했다. 아직도 전통 촌락사회의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남아공 쿤족의 경우 사자로 인한 사망률은 0.4%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 지역에 사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니라 쿤족이 극도의 조심성을 유지하며 사자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다이아몬드 교수의 설명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쿤족은 웬만해서는 혼자 돌아다니지 않고 늘 큰 소리로 떠들면서 무리를 지어 다닌다”며 “야간에 최대한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 역시 사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습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전통사회의 ‘건설적인 편집증’을 배워 리스크를 줄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정작 날마다 무수히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미래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부의 불평등과 자원 남용, 핵전쟁 가능성 등을 지목했다. 그는 “부의 불평등 때문에 가난한 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의 이민이 끊이지 않고 빈국에서 발생한 질병이 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통찰했다. 이어 “한정된 자원 탓에 현재와 같은 속도의 자원 소비를 앞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점, 테러리스트의 핵공격 가능성 등도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국가 간의 불평등이 해소되면 세 번째 불안 요인인 핵공격 가능성은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러리즘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주민들이 너무 절박한 나머지 정신 나간 테러리스트들을 지지하는 나라가 없는 날까지 전 세계의 생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게 다이아몬드 교수의 견해다. 그는 자원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부국이 에너지를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며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신 태양열·바람·조수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면도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삶은 지난 6만년 동안 꾸준히 변해왔지만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며 “전화기·자동차·텔레비전 등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은 것처럼 로봇과 AI 역시 인간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게 분명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다이아몬드 교수는 “빈국의 사람들은 기술발전의 혜택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AI는 오히려 불평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을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게 불평등 해소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나윤석·이경운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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