슝이항 이항 공동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1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16’의 특별 강연에서 드론 산업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년 전 설립된 이항은 현재 70여개국에서 드론을 판매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스마트폰에 도착지만 찍으면 드론이 알아서 데려다 줄 겁니다. 15년 안에 하늘에 자율주행 드론 택시를 운행하겠습니다.”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선 슝이팡(사진) 이항 공동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무인항공기(드론)가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슝이팡이 이끌고 있는 글로벌 드론 업체 이항은 스마트폰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비행하는 ‘고스트’ 시리즈를 만들어 70여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강연 내내 슝이팡은 드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드론이 무인기라는 관점부터 깼다. 드론 산업의 정점이 ‘하늘 위의 자율비행 택시’라는 말부터 슝이팡은 꺼냈다. 이항이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내놓은 1인 유인드론 ‘184’도 이 같은 목표를 위한 초석이라는 얘기다. 슝이팡은 “우리가 만든 자율주행 드론 택시는 인류의 골칫거리인 교통체증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 탄생은 규제혁파·밴처캐피털=슝이팡은 “처음 방문한 한국을 담기 위해 4K 카메라를 단 드론을 띄우려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NO)’였다”면서 “수많은 건물 중에 정부 기관이 있다는 이유”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중국은 베이징을 제외한 대도시는 최소한의 규칙만 지키면 드론을 자율비행할 수 있다”면서 “그 외의 지역은 거의 자유롭게 드론 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슝이팡은 “이항은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벤처에 자금을 투자해주는 환경 위에서 탄생했다”고 역설했다. 슝이팡은 “중국 정부는 2~3년 전 우리가 드론을 개발할 때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사고가 나면 책임은 누가 지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면서 “대신 연구개발(R&D)에 대한 보조금과 세금혜택을 주고 기술개발에만 집중하게 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 개발을 할 때인 2014년쯤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꿈이 있는 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런 흐름을 타고 기업을 키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드론 산업 한발 늦었다=슝이팡은 우리 기업이 드론 산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드론 기술과 데이터 축적에서 밀렸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드론은 스마트폰처럼 고장 나면 수리하면 되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추락하면 엄청난 피해를 주거나 아예 손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해·산업용 드론은 많은 비행 데이터와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센서는 퀄컴, 배터리는 LG화학이 만들 듯 한국 기업들도 드론에 들어가는 각종 제품을 만드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일범·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