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허(오른쪽 두번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서울포럼 2016’의 부대 행사로 열린 ‘휴 허 교수와 함께하는 지식의 성찬’에 참가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기자
“제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힘든 신체 조건을 가진 것은 맞지만 기술을 통해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저의 연구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국내 로봇 연구자들과 일반 시민이 함께한 휴 허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은 기술이 가져다줄 인류의 미래에 대한 허 교수의 견해와 굽히지 않는 그의 연구 의지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허 교수는 참석자들의 조그마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싫은 내색 없이 하나하나 성실하게 대답해줬다.
허 교수는 11일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 “장애를 가졌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며 다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것은 장애를 고치지 못한 기술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들었다. “다리를 절단한 뒤 ‘자전거를 탈 수 없어’라는 생각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할 뿐이다. 그런 생각 때문에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이 궁금해하는 그의 연구 성과와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하게 답변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엑소 스켈레톤(외골격)’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세기 말 러시아부터였지만 그동안 큰 진전이 없이 실패를 거듭했고 현재 자신의 연구 역시 아직 보완해나가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는 엑소 스켈레톤의 무게를 꼽았다. 외골격이 무거우면 인간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동시에 발생하는 열 때문에 손상이 나타나 결국 부담해야 할 비용이 증가한다. 허 교수는 “이제야 진짜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는 상황이지만 20년 후에는 손상 없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멀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보다 결과가 적을 수밖에 없는 분야인 만큼 연구진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결국 정부 지원은 국민의 세금인 만큼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며 “연구 첫날부터 어떤 상품을 만들고 어떤 요소가 필요하고 규제는 뭔지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자금 마련에 대해서도 보다 연구자들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MIT에서는 교수가 기업을 창업하기가 무척 쉽고 이를 이용해서 매년 하나씩 기업을 창업해 비싸게 매각하는 교수도 있다”며 “학교는 상업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술의 윤리성을 묻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변했다. 허 교수는 “만약 유전적 조작을 통해 부모가 자녀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면 무서운 세상일 것”이라며 “하지만 너무 리스크만 생각해서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를 외면하는 결과만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김연하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