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라는 이름도 생소한 감염병이 지난해 우리나라를 한바탕 휘젓고 지나갔다. 사망자만 38명에 이르고 격리된 사람은 무려 1만6,000명에 달한다. 의료상황이 열악해 무시당했던 필리핀도 막아냈던 메르스가 자칭 ‘의료 선진국’인 한국에서 일파만파 참사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왜 메르스 감염병이 ‘참사’가 되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인 신간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는 시스템도 없고 루머만 난무하면서 각자도생을 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짚어냈다.
사회참여적인 의료인 10명이 ‘메르스 사태 인터뷰 기획팀’을 꾸려 인터뷰 전문작가 지승호와 함께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찾았다. 이들은 메르스 사태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응급실 전문의와 간호사, 공공병원장, 감염내과 교수, 개인병원 의사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의료인들이 쓴 메르스 사태 백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의사의 말이 책 전체를 요약한다. “메르스 사태가 끝났다지만 제 앞에 의심 환자가 왔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공공의료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답이 없어요.” 위태로운 한국 공공의료의 현실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돌아봤다. 1만6,8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