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로 가는 길> 천년고찰 오가며 얻은 깨달음

■박재완 지음, 연암서가 펴냄



산사에서 아침을 맞을 때 산새 한 마리가 우주를 깨우고 있었고, 거대한 우주는 나비 한 마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가 거대한 문명의 모든 결행을 멈추게 했고, 빛의 속도로 흐르던 시간은 눈부신 설경의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많은 시간 천년고찰의 산사를 오가며 그 불가적(佛家的) 풍경의 느낌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한 저자는 이번엔 의성 고운사, 김제 망해사, 남해 용문사, 삼척 신흥사, 논산 관촉사, 여주 신륵사, 경주 분황사, 영천 운부암, 완주 화암사, 공주 신원사 등을 다니며 느낀 산행의 경험을 산문집으로 풀어냈다.

자기 내면의 흐름을 용서하지 않고 낱낱이 따지는 시선은 저자는 엄격한 시선으로 산행의 경험을 역경을 뚫고 어떤 목표물을 쟁취한 승리의 기록보다는 자기의 비굴을 어쩔 수 없이 목격하고만 자기 격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수필가 맹난자는 “박재완의 수필은 맑은 언어로 기록된 구도의 여정기라 할 수 있다”며 “압축된 그의 언어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부문을 보완하면서 읽게 한다. 그것들은 곧 나의 문제로 환원(還元)되고, 그의 글에는 이런 힘이 있다”고 말한다. 1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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