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 최선" 브라질 과도정부 출범했지만...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 '친기업 내각' 구성 승부수
부패 수사 불관여 의지도
"테메르도 부패 연루 혐의 정국혼란 수습 힘들 것"
취임 첫날부터 비판 목소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개시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과도정부를 출범시켰다. 테메르 부통령은 분열된 브라질을 통합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지만 호세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부패 혐의에 연루돼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등 브라질 정국혼란을 수습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테메르 부통령은 이날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 연설을 한 뒤 공식 직무수행에 들어갔다. 테메르 부통령은 “나의 취임은 축하할 만한 일이 아니지만 브라질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브라질을 안정시키고 통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추락하는 브라질 경제를 추스르는 것”이라며 침체된 브라질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이 자신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테메르 부통령은 ‘친기업 내각’을 구성해 브라질 경제 살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새로 임명된 23명의 장관 가운데 경제사령탑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은 엔히크 메이렐리스 재무장관이다. AP통신은 메이렐리스 신임 장관이 전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대표적인 시장친화적 인사라며 투자유치·규제완화 등 친기업정책을 실행해 브라질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브라질 최대 시중은행인 이타우우니방코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브라질 신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일란 고우드판도 새 정부의 시장친화적 정책을 외곽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테메르 부통령은 새 정부가 ‘세차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척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임연설에서 “세차작전은 수사를 약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며 “새 정부는 이에 따라 정치 부패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새 정부 취임 첫날부터 테메르 정권이 브라질의 정국혼란을 수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메르 부통령 역시 호세프 대통령 탄핵 사유와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어 탄핵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호세프 대통령에게서 테메르 부통령으로 정권이 이양된 기간에 벌어진 브라질의 정국혼란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라질리아대의 파울루 카를로스 칼몬 정치평론가도 “호세프는 이제 과거의 인물이 됐고 초점은 테메르로 옮겨가고 있다”며 “그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메르 부통령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지지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WSJ는 “테메르 부통령을 싫어하는 국민들이 그를 ‘Mr 1%’로 부를 정도로 지지율은 낮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테메르 부통령의 정국주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신문은 브라질 국민들이 부통령으로서 호세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활동했다가 탄핵국면에서 앞장선 테메르 부통령을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기회주의자’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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