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마케팅직에 종사하고 있는 5년 차 직장인 박준태(32·가명)씨는 최근 밤마다 발목 통증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병원을 찾은 박씨는 ‘통풍’ 진단을 받았다. 입사 후 줄곧 이어진 잦은 음주와 회식 때 즐겨 먹는 고기 위주의 식사가 원인이 됐다. 박씨는 “취업한 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며 정작 몸은 돌볼 겨를이 없어 방치한 것 같다”며 “중년·노년성 질환이라 생각했던 통풍이 이렇게 일찍 찾아와 매달 병원비로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는 대학생 이성휘(23·가명)씨는 잦은 복통에 시달리고 있다. 식사를 제때 못하고 그나마 먹는 하루 한 끼조차 편의점 김밥·햄버거 등 즉석식품으로 해결하다 보니 위장장애가 반복되는 것이다. 새벽 아르바이트로 수면도 불규칙해 소화기능에도 탈이 생겼다.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으려고 해도 이씨에게는 경제적인 부분이 걸림돌이다. 이씨는 “한창 취업준비에 필요한 토익 등 각종 수험비용이 많이 드는 때라 병원비 지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건강’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고 있다. 통풍·관절염 등 노년성 질환이 생기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이러한 질환을 앓는 20~30대 환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취업준비 등으로 잦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다 운동 부족에 끼니마저 인스턴트식품 위주로 섭취하면서 각종 성인병 증세를 일찍이 겪고 있는 것이다. 껍데기(신체)는 20~30대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겉늙은’ 청년들이 급격히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을 앓고 있는 20∼29세 남성은 지난 2011년 1만59명에서 지난해 1만5,011명으로, 30∼39세 남성은 같은 기간 3만4,201명에서 5만774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20∼29세 청년도 2011년 25만1,531명에서 지난해 27만1,646명으로 늘었다. 전주시가 지난해 19∼27세 청년 4,1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4명 가운데 1명을 웃도는 28%가량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청년들의 정신건강에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강박장애 환자는 20대가 86.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61.8명), 10대(51.5명), 40대(43.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삶이 버거워지면서 취업·결혼 등 생애주기에 대한 고민이 더 치열해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몸도 마음도 조로하는 청년이 많아진 배경에는 사회 구조적 요인도 상당수 기인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씨는 “취업 문턱을 넘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휴게시간조차 보장되지 않은 심야노동도 마다할 수 없는 처지”라며 “건강관리가 사치가 돼버린 지금 그럴싸한 청년 일자리 정책도 중요하지만 건강까지 뒷전으로 몰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사정에 사회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