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 바이오센서는 과감한 현지화 전략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워 인도 질병 진단키트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조. 영식 에스디 회장이 인도 대리점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미래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쉽사리 뚫리지 않는 철옹성과 같은 시장이었다.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협상력을 동원해 시장에 진출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협력업체로 들어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단시약 전문 기업 에스디 바이오센서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공장을 제대로 지을 수 있겠어? 땅이 이 모양인데 말이야….”
지난 2005년 어느 날 인도 델리 근교의 마네사(Manesar) 공단 부지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에서는 결코 접해볼 수 없었던 광경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근국 에스디 바이오센서 상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인도 건설 인프라 상황은 사실 공장을 지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땅을 고르고 파내면서 나오는 흙을 어떻게 옮겼는지 아세요? 트럭? 아니었습니다. 당나귀 등에 바구니를 걸쳐놓고 여기에 흙을 담아서 옮겼어요. 공장 건설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장을 완공했지만, 그때부터는 전기가 문제였어요. 쥐가 전선을 갉아먹어 정전되는 상황이 부지기수였죠. 가뜩이나 발전소도 부족해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었기에 하루에 20~30번은 정전이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에스디 바이오센서는 결코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에스디 바이오센서가 인도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현지 공장 건설을 힘들게 했던 인도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당시 인도에는 개발이 미진한 지방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에이즈, 뎅기열 등의 각종 전염병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치료약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바로 질병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진단장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고가의 진단장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지방 병원에서는 손쉽게 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필수였다.
사실 진단키트 시장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편이다. 자연스레 국내 주요 진단키트 제조사들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사업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디 바이오센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설립된 1999년 이후 꾸준히 해외 박람회와 기업 설명회에 참석해 우수한 품질의 진단키트를 소개했다. 점차 유명세가 쌓여나가자 에스디 바이오센서는 이를 기반으로 해외 주요 국가에 딜러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도도 그중 하나였다. 에스디 바이오센서는 인도 시장 진출 초기 딜러망을 통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난관도 있었다. 현지 딜러들은 에스디 바이오센서의 제품 외에도 다양한 기업의 제품을 다루고 있었다. 그들은 에스디 바이오센서 진단키트 판매로 얻은 이익을 판매가 부진한 다른 기업 제품의 영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고민이 깊어졌다. 더구나 관세와 운송비용이 판매단가에 비해 높았던 인도 시장의 특성도 고려해야 했다.
인도 뉴델리에 개설된 에스디 바이오센서의 영업사무소 오픈 기념식.
결국 에스디 바이오센서는 이러한 이유로 인도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관세와 운송비만으로도 현지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자체적 판단 때문이었다. 또 직접 영업망을 구축해 판매활동에 나섰다. 인도 현지 지사에서 근무하는 본사 파견 마케팅 직원과 고도의 트레이닝을 거친 현지 인력이 인도 전역에서 제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송 상무는 말한다. “제품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고객들과 만났습니다. 이는 현지의 상황을 파악해 거기에 부합하는 영업활동 및 고객 지원, 사후 처리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죠. 또 저희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습니다. 실제 진단키트를 사용하는 병원 및 임상기관에 임상 평가를 의뢰해 품질을 검증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저희는 큰 무리 없이 현지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장애물도 있었다. 우선 인도 내에서 제품을 생산·유통하기 위해서는 인도 법규에 따른 진단용 시약 제조업 허가 및 품목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 시급했다. 이는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도 내에서는 해외 기업을 배척하는 현지 제조기업과 정부기관 사이의 암묵적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장벽을 뚫지 못하면 영업조차 해볼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에스디 바이오센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현지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중요 직책에 한국인이 아닌 인도인을 채용해 현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에스디 바이오센서 관계자는 말한다. “현지인 컨설턴트를 통해 제품 인·허가와 제조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들 모두 인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 예상한 시점에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죠. 또 해외 기업에 대한 배척이 강했던 인도 시장 특성을 반영해 영업, 재무, 총무 등 현지 사업에 필수적인 분야에는 모두 인도인을 책임자로 채용했습니다. 특히 영업 담당 현지인에게는 영업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해 직접 영업조직을 만들고 영업사원을 채용하도록 했죠. 이러한 선택은 결론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로 입증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매출도 급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실제로 에스디 바이오센서는 인도에 진출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매출 2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매년 70% 수준의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인도 진단시약 시장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해외 업체로는 최초로 인도 중앙정부의 에이즈 진단키트 테스트 사업 입찰을 수주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인도 현지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던 분야였기에 에스디 바이오센서의 성과는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인도 시장에서 에스디 바이오센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궁극적인 비결은 무엇일까? 송 상무는 말한다. “기술력과 품질이 받쳐줘야 인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빈부 격차가 심한 국가 중 한 곳입니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해서 그저 값싼 물건만 구매하지는 않아요. 가격에 부합하는 품질을 가지지 못한 제품이라면, 설사 그 제품이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선택받을 수 없습니다. 기술력과 품질을 가장 먼저 고려하세요. 이 두 가지가 담보된다면 인도 시장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을 것입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