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비즈]"2021년 21억弗 '아이언맨 슈트'시장 잡자"…로봇 개발에 기업·대학까지 가세

현대차 2020년까지 보행용 상용화
현대로템·대우조선은 산업용 제작
LIG는 군용 1차 시제품 개발 끝내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서 한 작업자가 산업용 로봇 RMX-HI를 타고 무거운 금속판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의 산업용 로봇 RMX-HI
인기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은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슈트를 입고 세계 도처에서 악당과 외계인을 무찌른다. 일반 성인 남성의 수십 배 근력과 각종 포탄에도 끄떡없는 방어력을 갖췄고 빠른 속도로 날거나 미사일을 수십 발 발사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내장돼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모으고 분석, 필승의 해법을 주인공에 알려줄 정도로 똑똑한 아이언맨 슈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 신산업인 ‘착용로봇(외골격 로봇)’의 일종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은 향후 6년 내 100배 넘게 성장할 외골격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마켓리서치스토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 기준 1,650만달러(약 193억원)인 전 세계 외골격 로봇 시장의 크기는 오는 2021년 21억달러로 성장한다. 7년간 127배에 이르는 놀라운 성장세다. 한국과 미국·중국·유럽·일본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외골격 로봇은 현재까지 노인·장애인을 위한 의료용에 치중해 있지만 점차 운송·제조·군용 등으로 활용도를 넓힐 것이라고 마켓리서치스토어는 전망했다.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는 국내 기관은 방위산업체부터 자동차 기업, 대학교까지 다양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노약자·장애인 등 보행에 불편을 안고 있는 이동 약자를 위해 보행보조 착용로봇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2020년 보행보조 착용로봇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모터·감속기·제어기 같은 외골격 로봇의 핵심 부품 국산화와 시스템 제어 관련 소프트웨어(SW) 원천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한다. 이미 현대차는 ‘초박형 직렬탄성 구동기’ 등 착용로봇 관련 국내외 특허 8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목표는 고령화 사회의 빠른 진전에 따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착용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서 연구진들이 산업용 로봇 RMX-HI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과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용 외골격 로봇을 만들고 있다. 현대로템 연구진은 의왕연구소에서 무거운 포탄도 쉽게 나를 수 있는 산업용 로봇 ‘RMX-HI’을 개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유압구동식 로봇 ‘하이퍼(HyPER)’를 조선소 현장에 맞게 최적화해 실제 작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하이퍼는 소방관들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사람을 옮길 수 있도록 재난현장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방산기업 LIG넥스원은 2010년부터 외골격 로봇에 대한 기초 연구를 시작해 군용·산업용으로 쓰일 수 있는 ‘렉소(LEXO)’의 1차 시제품 개발을 끝냈다. 이 업체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산악지형에서 탄약 같은 물자의 수송이나 특수부대의 장거리 작전임무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외골격 로봇 연구의 선구자인 한창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팀은 2008년 장애인을 위한 외골격 로봇 ‘헥사(HEXAR)’를 처음 선보인 후 헥사를 상용화하기 위해 ‘헥사시스템즈’라는 기업도 설립했다.

1960년대 미군과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하디맨(Hardiman)’을 개발한 후 한동안 정체기에 빠졌던 외골격 로봇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소재의 혁신에 힘입어 첨단 산업의 전면에 다시 떠오르고 있다. 휴 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직접 개발한 의족은 로봇 센서들이 외부 환경을 감지하고 인체의 걸음걸이에 대해 축적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실제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러운 보행을 구현한다. 휴 허 교수는 이달 12일까지 이틀간 열렸던 ‘서울포럼 2016’에서 자신의 의족을 시연하며 참관객들을 감탄시키기도 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외골격 로봇 기술 수준은 수십 년 앞서 선행 연구를 시작한 미국이나 일본에 못 미친다. 특히 로봇을 제어하기 위한 반도체·SW 영역의 원천 기술과 인체의 작동원리에 대한 연구·자료가 빈약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에 국내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등 다양한 육성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종혁·박재원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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