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2016] 세계적 석학들이 남긴 한국 경제 5대 제언

"AI·로봇 신성장동력 육성과 함께 체질개선해야 저성장 탈출"
①기업가정신-청년창업 등 도전 선택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②중국-한국 미래 좌우할 핵심변수...동반자관계 구축해야
③융합-4차 산업혁명 대처 하려면 산업간 융·복합 절실
④팀코리아-민관 손 잡아야 험난한 글로벌경쟁서 생존 가능
⑤희망-한국인 위기극복DNA 지녀...시련 넘어설 수 있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서울포럼 2016’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들과 기업인들은 저성장에 진입한 한국 경제에 앞날에 대해 고언을 쏟아냈다.

포럼 강연자 및 참석자들은 “고성장 시대에 불린 비대한 몸으로는 저성장 터널을 빠져 나오기 어렵다”며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같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서울포럼 2016’에서 명사들이 남긴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①기업가 정신=전문가들은 한국이 직면한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추구하는 도전정신을 주문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모험 대신 현실적인 안정을 택하는 젊은이들과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층의 23.7%는 장래 희망으로 ‘공무원’을 꼽았으며 지난해 30대 그룹의 연구개발(R&D) 투자는 31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휴 허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MIT에서는 교수들이 창업해 기업을 만드는 게 일상”이라며 “정부지원에 의존해 연구하지 말고 상업화할 수 있는 목표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 게 교수들의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슝이팡 이항 공동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금 베이징 대학생들의 가장 큰 꿈은 창업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와 사회가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②중국=중국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중국을 단순한 거대 시장으로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드론 생산업체인 바이로봇의 홍세화 공동창업자는 “많은 사람들이 드론 분야에서 중국을 어떻게 따라잡고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올바른 접근이 아닌 것 같다”며 “이제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할 때는 지났고 중국과 함께 협력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중바이오포럼’에 참석한 쉬쑹산 베이징노스랜드 대표는 “일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의료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실상은 중국이 글로벌 의약품 규제 수준에 맞춰가기 시작한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중국당국의 규제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융합=산업 측면에서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국이 제조업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장점을 갖지만 각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아직 취약하다는 것이다.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로봇과 AI, 사물인터넷(IoT)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산업 간 융·복합이 절실하다”며 “융·복합을 확산하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수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중국의 경우 앱을 통한 모바일 의료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며 “알리바바 같은 중국의 대기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통해 의료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을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④팀 코리아=민관(民官)이 손을 잡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글로벌 경쟁에 ‘팀 코리아’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션 영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가정의학과 부교수는 “한국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미국의 ‘QB3’처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이 협력해 유망 바이오 벤처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B3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UC버클리·UCSF·UC산타크루즈 등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 세 곳이 함께 운영하는 바이오 기업 총괄지원 기관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2020년이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에서 D램 반도체와 맞먹는 규모의 대형 시장이 생겨난다”며 “우리 기술 보호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민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⑤희망=비관적 분위기에 휩싸인 한국경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도 돋보였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는 위기 극복의 DNA가 한국인의 몸에 흐르고 있는 만큼 지금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며 비관의 시대에 희망을 갖자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일제 점령기, 한국전쟁 등을 겪고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자신감(self-confidence)을 갖춘 국가”라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미래를 비관한다고 하지만 나는 한국의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기에 부딪혔을 때 빠른 결단을 내려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 왔던 역사적 경험도 한국만의 장점으로 지목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노동개혁·구조조정처럼 한국 경제의 운명을 가를 사안을 목전에 두고도 정쟁을 거듭하는 정치권이 새겨들을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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