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나도 70은 처음…연기도 인생도 정답이 없죠"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의 배우 윤여정
손녀 밖에 모르는 늙은해녀 변신
할머니다운 할머니 연기 선보여
이미지 관리할 나이도 아니고
드러내는 모습에 두려움 사라져
나이 든다는게 마냥 싫은일 아냐

배우 윤여정
종횡무진. 한국 나이로 칠순이 넘은 배우 윤여정(69·사진)을 보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이거다. 그럴 것이 그는 웬만한 이십 대 연기자보다 더 바쁘다. 지난 13일부터 방영 중인 화제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tvN)로 시청자와 만나는 동시에 19일 주연을 맡은 ‘계춘할망’을 관객들에 선보인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며 오는 8월에는 배두나 등과 함께 출연한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드라마 ‘센스8’의 시즌2도 방영될 예정이다. 맡은 역할의 면면들을 보면 더욱 거침이 없다. 어르신들에게 성(性)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죽여주는 여자)였다가, 집안 어른들에 온갖 독설을 다 날리는 노처녀(디마프)도 됐다가, 손녀밖에 모르는 눈물 많은 늙은 해녀(계춘할망)로까지 변신한다.

“젊었다면 예쁜 역할 해보고 싶고 그랬겠지만, 내가 뭐 이제 이미지 관리할 나이도 아니고. 역할이나 드러내는 모습에 별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윤여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어 말했다. “ 예전에는 아이들 키우기 위해 돈 벌어야 했으니깐 들어오는 역할은 안 가리고 다 했던 때가 있었지. 60살 넘어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었어요. 지금은 그걸 실행하고 있는 단계야.”


이중 윤여정에게 가장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옷은 ‘계춘할망’의 계춘이다. 주름지고 까만 낯의 계춘은 손녀가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고 그 애가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단 한 명의 편으로 남아줄, 우리 모두의 할머니 그 자체. 아직 노배우 보다는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윤여정이 이처럼 ‘할머니다운 할머니’의 연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실제 아직 할머니가 되지 못한 윤여정은 대신 자신을 그렇게나 예뻐했던 증조할머니를 많이 떠올렸다고 한다. “엄마란 존재는 자식을 가르치지만, 할머니가 되면 생명 자체가 마냥 예뻐진단 말이에요. 심지어 나는 하나밖에 없는 손주가 낳은 아이였으니 증조할머니 눈에는 똥 싸고 오줌 싸는 것까지 다 예뻤던 거야.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곤 했는데, 의도적으로 증조할머니를 흉내 낸 건 아니지만 내가 받았던 그 사랑이 내 안에서 소화가 돼 부지불식 간에 되 삭이듯 나왔을 수도 있었겠죠.”

‘계춘할망’ 스틸컷
젊었던 시절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여전히 모르겠어요. 오래 했다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면 참 좋을 텐데, 나도 칠십은 처음이잖아. 연기도 인생도 잘했다 잘못했다는 정답이 없는 거고,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면 언제나 불안하죠.” 그래도 나이가 든다는 게 마냥 싫은 일만은 아니다. “‘디마프’ 들어갈 때 ‘아, 이건 내가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어 좋았어요. 세상에 늙은이가 몇 명이 나와(웃음). 아, 또 연륜은 그거 있어요. 하도 많은 현장을 가보니 망한 현장은 보자마자 딱 감이 오는 거지. 근데 이거 도움은 안돼잖아(웃음).”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콘텐츠난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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