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가운데) KB금융 회장이 16일 KB금융그룹의 기업금융 특화형 복합점포 1호점인 경기도 판교종합금융센터 개점식에서 그룹사 직원들과 함께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금융
금융사들이 기업금융 시장 공략을 위해 그룹사 역량을 총동원한 복합점포 개설에 나서고 있다. 기업금융 복합점포에서는 가장 핵심인 은행 부문 외에 증권사 및 보험사 또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라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은 기업금융 특화형 복합점포 1호점인 판교종합금융센터를 이날 개설했다. 금융그룹들은 지금까지 은행과 증권사가 결합된 기업금융 특화점포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보험사까지 포함된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KB금융 측은 중견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물론 기업의 성장 과정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기업투자금융(CIB) 시장에서 그룹사 간 시너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상징성이 큰 1호점을 판교에 개설한 것은 그만큼 중견 및 중소기업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아직 실험적인 형태라는 내부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조만간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조만간 KB금융의 품에 안길 현대증권의 활약상이다. 은행의 경우 대출·예금·외국환 등에, 증권사는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자문, 기업공개(IPO) 등에 각각 강점이 있지만 KB금융은 지금까지 KB투자증권의 규모가 작아 제대로 된 시너지를 발휘하기 힘들었다. KB금융은 이번 복합점포에서 현대증권의 투자금융(IB) 관련 노하우를 활용,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여타 금융사에서도 이번 KB금융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금융지주사 중 최대 규모의 증권사를 갖출 예정인데다 KB손해보험 또한 업계 4위로 시장 지배력이 상당한 탓이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그룹사 간 시너지 창출에 힘을 쏟는 만큼 이를 극대화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이 지난해부터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전문성을 결합한 ‘신한창조금융플라자’를 통해 기업금융 시장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경쟁구도도 관심거리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월 판교 및 시화공단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총 11개 지점을 개설하며 종합 기업금융 솔루션 제공에 나서고 있으며 추가 지점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에서 최강자로 불리지만 KB금융이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형세가 연출돼 양측의 신경전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보험사가 포함된 기업대상 복합점포의 경우 금융위원회 측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개별 금융사당 3곳만 개설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기 때문에 내후년에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이미 서울 여의도와 강남에 보험사가 결합된 개인고객 대상의 복합점포를 선보이고 있으며 신한금융 또한 강남·의정부·종로 등에 보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국내 금융그룹사들이 시너지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실험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단 이 같은 형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복합점포 등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