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투자·임금·배당 등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사항을 정부가 세금을 무기로 압박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두고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또 설령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실제로 기업들이 투자나 근로자 임금을 늘릴지에 대해서도 상당수 기업인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제도 시행 첫해를 맞아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 산하 기업지배구조원에 의뢰해 코스피200 기업(12월 결산법인 196곳 기준)의 2015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음이 확인됐다. 기업의 세 부담이 폭탄 수준은 아니지만 정책 수단의 과격성에 견줘 보면 정책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조사 대상 196개 기업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총 59조3,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48조9,595억원보다 21.21% 증가한 규모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투자금액은 전년에 비해 21.54% 늘어난 75조1,716억원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만 보면 기업들이 벌어들인 순이익 증가율만큼 투자금액도 같은 비율로 확대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현대차(005380)그룹(현대차·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012330))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015760) 부지 투자대금 중 지난해 납입이 완료된 9조5,000억원을 걷어내고 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투자액 증가율이 6%대로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 총액도 2014년 25조6,750억원에서 지난해 26조9,113억원으로 4.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현금배당 총액은 2014년 11조1,795억원에서 지난해 13조1,110억원으로 17.27%나 급증했다. 결국 기업들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으로 신규투자나 임금을 늘리기보다는 손쉬운 배당확대를 선택한 셈이다. 그나마 배당확대의 배경 역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효과라기보다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대대적인 배당확대를 요구해온 기관투자가들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난해 기업들이 가장 많이 늘린 배당마저도 환류세제의 효과가 아닌 배당확대를 압박해온 국민연금 등 기관들의 입김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환류세제의 실효성은 없었던 셈”이라며 “기업의 투자·임금·배당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이라는 페널티를 동원하기보다는 투자나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오덕교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투자와 임금 등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시행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며 “산업별 성숙도 등을 비롯한 업종 특성을 고려해 과세기준을 세분화하거나 직원 급여의 경우 급여 증가액보다 총 급여액을 사용하도록 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직원 급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환류세 해당기업 45개사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기계업종(11개)이 가장 많았고 지주회사(7개)와 건설업(3개)이 그 뒤를 이었다. 환류세 유형에 따른 업종별 부담을 살펴보면 A유형(투자 포함)에서는 한국전력이 포함된 에너지업(208억원)이 가장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뒤로 기계업(32억원)과 건설업(21억원)의 순이었다. B유형(투자 제외)에서는 SK(003600)가 포함된 정보통신기술(ICT) 업종(1,651억원)과 금융업(443억원), 화학업(335억원)의 순으로 세금 부담이 컸다. 오 연구위원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순이익 대비 신규 설비투자가 부진한 화학업종 등은 환류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