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서 조수가 그림 제작의 일부를 돕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이는 교육기능을 수행하던 도제식 공방에 기원을 두고 있다. 조수는 곧 ‘제자’였다. 바로크 시대 화가 루벤스(1577~1640)의 작품 중에는 ‘루벤스 스튜디오’라고 집단 창작을 명시한 서명도 종종 볼 수 있다. 변기를 전시해 두고 ‘샘’이라고 명명한 마르셀 뒤샹(1887~1968)이나 공장형 작업실 ‘팩토리’를 운영한 앤디 워홀(1928~1987)의 ‘오브제 아트’는 ‘작가의 수공이 개입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의미가 중요했다. 개념과 맥락 만으로도 작품이 될 수 있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 이들이기 때문이다.
혹은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둬 ‘작품이 없어서 못 파는’ 작가의 경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보조 작업자를 고용해 작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전체의 0.1%도 안 된다. 따지자면 ‘취미화가’인 조영남 씨가 “미술계 관행”을 운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공무원 출신 취미 화가였던 앙리 루소(1844~1910)는 주말에만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어 ‘일요일의 화가’라 놀림받기도 했지만 작업 자체를 즐기고 열정적으로 매달렸기에 세계적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조영남의 경우 유명세를 등에 업고 전문가들의 평가나 미술사적 가치 판단을 넘어 작품값을 올린 전형적 사례다. 평생을 그림에만 매달렸던 전업작가들은 유명 연예인의 그림이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됐다는 소식에 깊은 박탈감을 느낀다. 실력과 진정성은 있어도 그들에게 ‘유명세’는 없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부른 ‘들리나요’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던 것은 탁월한 가창력보다는 “김연아 선수가 노래도 잘하네” 식의 후광효과가 없지 않았다. 배우 하정우의 그림이 1,400만원에 팔린 것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그림도 잘 그리네”에 대한 찬사가 더해진 결과다.
대필작가에게 “이런 콘셉트으로 써 달라”고 의뢰해 자신의 이름으로 자서전을 내는 유명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를 관행이라고 두고 볼 것인가? 조영남 씨는 평소 백남준 선생의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을 즐겨 인용했다. 그 말은 특별한 맥락에서 적용될 수 있을 뿐, 예술은 사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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