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송유관 경유 예정지인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아드리아해 횡단 가스관(TAP)’ 기공식을 열었다. 이 공사는 아제르바이잔의 ‘샤 데니즈’ 가스유전에서 터키까지 이어진 가스관을 그리스와 알바니아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870㎞를 잇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450억달러(약 53조1,315억원)으로 추산되며 오는 2020년 개통 예정이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사는 에너지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사업”이라며 “가스관이 투르크메니스탄·이란·이라크 등 에너지 부국 근처에 건설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발견된 샤 데니즈 유전은 해마다 천연가스 160억㎥를 생산하는 초대형 유전이다. EU는 유럽투자은행(EIB)에서 20억유로(약 2조6,670억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15억유로 조달을 추진하는 등 이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EU가 이번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EU는 2013년 기준으로 가스 수요량의 약 26%를 러시아에 의지해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하면 에너지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EU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불만을 나타내며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를 줄이겠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 가스프롬은 지난해 EU가 이 회사를 반독점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스 값을 올리겠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EU 측은 가스관이 완공되면 매해 100억㎥의 천연가스가 운송돼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