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싼 ix 수소연료전지차 모습.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벗어나 오는 2020년까지 수소차 2종을 포함해 친환경차 26개 차종 이상을 개발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최근 기자와 만난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하반기 출시되는 제네시스 G80 디젤이 잘 팔릴 것 같냐”는 질문에 “미세먼지 이슈도 있고 요즘 같은 때 디젤차가 잘 팔리겠느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나타냈다. 폭스바겐, 한국닛산 등 연이어 터지는 디젤차 논란에 현대차 고위층까지 위기의식이 서려 있다. 최근 3년간 디젤차 성능개발에 힘써온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환경보다는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단기간에 디젤차를 외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자칫하다가 내연기관차가 주름잡던 시장 흐름이 빠르게 친환경차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쟁업체들의 디젤 파문이 현대·기아차에게 독이 될까, 약이 될까.
불과 5년 전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고객들의 질타를 받았다. 유럽 경쟁 업체와 비교해 디젤 라인업이 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5년 전 현대·기아차가 승용차종에서 확보한 디젤 모델은 현대차 엑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가 유일했다. 준대형, 중형, 준중형 등 차종에는 가솔린, LPG 모델 등밖에 갖추지 못했다.
현대·기아차가 디젤차 출시에 박차를 가한 이유는 디젤 시장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183만3,786대) 가운데 디젤차는 비중은 52.5%(96만2,127대)로 나타났다. 디젤차가 가솔린 차량을 넘어선 것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 2014년 80만5,609대(48.5%)에 비해서도 4%포인트나 늘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는 폭증하는 디젤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충남 서산에 연간 22만개 규모의 디젤엔진 공장을 짓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
폭스바겐 조작 파문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디젤차는 4만9,7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했다. 현대차 측은 “디젤 이슈와 상관없이 디젤차에 대한 판매는 줄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디젤차 중심의 수입차 시장이 주춤하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에서 판매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디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현대·기아차 디젤 차량의 판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현대차는 2018년 초 차세대 수소차를 선보인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차세대 수소차는 한국이 자랑스러워하는 (세계 최고 기술력의) 차가 될 것”이라며 “친환경차의 경우 하이브리드나 수소차 모두 (부품) 국산화가 완료됐고 수소차가 미치는 경제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차는 현대차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분야다. 다른 업체들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집중하는 사이 수소차 개발에 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제철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에너지를 현대차가 판매하는 수소차에 활용할 수 있어 그룹 간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현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 이슈를 기회로 만들려면 디젤차에 대한 끊임없는 기술개발 혹은 미래를 위한 친환경차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대·기아차가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기 위해 정직한 판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