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김의 뉴욕통신] 미국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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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모습.
줄리 김 뉴욕 맨해튼 컨설팅사 Do Dream Inc. 매니저(교육파트 총괄)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초비상이 걸린 상황에도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을 맞는 뉴요커들의 열기가 뜨겁다.

퍼레이드, 요리,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등 발걸음이 빨라졌으며 전통 만찬요리 칠면조 고기가 곳곳에서 이미 동이나는 사례도 있다. 가족들과 만찬을 한 뒤 쇼핑을 위해 백화점으로 달려드는 사례가 많아 신과 자연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절 본연의 의미가 변질된 측면도 없지 않다.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추수감사절은 미국 최대 명절로 손꼽히며 놀랍게도 유동인구가 크리스마스 때보다 훨씬 더 많다. 최근 미국에서 테러 우려 때문에 해외 여행 경보가 내려졌지만 항공 예약 취소율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뉴욕증시에서 소비관련주의가 상승세를 나타내며 추수감사절 연휴기간동안 소비가 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24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9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또한 미국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가운데 1920년부터 시작된 필라델피아의 '6abc 던킨 도넛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전통을 갖고있다. 첫 시작은 메이시스 백화점 직원들이 센트럴 파크 동물원의 동물들과 함께 했다. 보통 8,000여 참가자들의 행진, 마칭밴드, 각계 유명 인사, 대형 캐릭터 풍선들을 볼 수 있으며 관람객이 무려 350여만명에 달하고 5,000여만명이 TV를 통해 볼 만큼 유명하다.

지난해 추수감사절 유동인구는 약 4,600만 명인데 이때 식탁에 오른 칠면조 숫자가 4,600만 마리 정도다. 미국인의 약 88%가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를 먹는다. 칠면조 입장에서는 슬픈 명절이기 때문에 역대 미국 대통령은 칠면조 사면식을 해 칠면조를 위로하는 의식을 거행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올해까지 7번째 칠면조 사면식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진행된 사면식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질 수도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며 소셜 미디어에 화제를 뿌렸다. 나도 매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으며 사면식을 해야되는건 아닌지 자문해보곤 한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과 함께 연중 가장 큰 규모의 할인행사가 진행된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행사다. 예전에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들과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내다가 한국에서 무슨 물건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연락을 받고 난감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해외 직구사이트가 증가해 한국에서도 '직구족'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때 직접 물건을 사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미국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늘고 있지만 좋은 상품을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다가는 가족들과 모여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추수감사절이 쇼핑감사절로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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