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소재가 널을 뛰는데도 마구잡이 모음집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결국 모든 이야기가 중국인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위화라는 개인의 삶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이 산문집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중국인’과 ‘작가’와 ‘위화’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다. 특히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비난 또한 많이 받는 ‘중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고뇌가 드러나는 지점들은 새삼 흥미롭다. 일례로 위화는 라마승과의 대담을 기록하며 ‘중국인으로서 나는 달라이 라마가 주장하는 자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우리 언론이 달라이 라마를 악마로 만드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솔직히 밝힌다. 작가로서 외국 기자회견에 참여할 때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 중국 정부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 게 버겁다는 속내도 내심 비친다.
책을 통해 세계적 작가의 필력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큰 기쁨이다. 그의 문장은 소박하고 간결하되 위트가 있으며, 그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치졸한 꾸밈이나 덧칠이 없는 정공법이다. 그의 글들은 쉽게 읽히는 가운데 깊은 여운을 남기며, 어느 부분을 펼쳐도 놀라운 즐거움을 안겨준다.1만3,5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