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19대 식물국회 작심 비판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주며 지주사 전환 추진 못 해”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 20대 국회 재추진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것과 관련해 “거래소의 가치를 훼손하는 무리한 요구들까지 수용해가면서 법안 통과를 추진할 수 없었다”며 19대 식물국회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최 이사장은 20일 거래소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한 후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던 염원이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며 “다시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체제 개편의 본질이 자본시장 발전과 조직의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입법 추진 과정에서 제시된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법안 통과를 추진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상장 차익의 구체적인 환원 규모 명시 등을 비롯해 거래소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안까지 양보해가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체제 개편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일부 야당 의원은 지주사 전환에 앞서 상장 차익의 환원 규모로 5,000억원 이상을 책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주사 본사 소재지로 부산을 명기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을 고려해 ‘파생금융중심지에 본사를 둔다’는 문구로 대체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최 이사장은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거래소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배구조의 선진화”라며 “앞으로도 정부, 차기 국회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해 성공적인 체제 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역 이기주의와 여야 간 정쟁에 밀려 19대 국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거래소를 지주사로 바꾸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등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함으로써 시장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였지만 지주회사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기하는 문제와 상장차익의 환원 방안 등을 놓고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끝내 법 통과가 무산됐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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