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을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까. 성경을 보면 우리의 인생을 산보다 광야나 사막에 많이 비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인생을 산보다 사막으로 보는 것은 산은 정상이라도 보이지만 사막은 끝이 보이지 않고 사방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막 길이다.
실제로 우리의 삶을 보자. 결혼하는 것이 산을 정복하는 것이라면 결혼생활은 사막을 지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산을 정복하는 것이라면 직장생활은 사막을 통과하는 것과 거의 같다. 그렇다면 이런 사막 길과 같은 인생길을 도대체 어떻게 걸어가야 하고 무엇을 따라 살아가야 할까.
경제위기 상황이 가중되면서 사소한 일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그동안 자신의 안정을 보장해준 믿을 만한 것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신기루와 같은 것으로 변해 있는 현실이 불안 심리를 가중시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성실하게 일하던 터전이 어이없이 붕괴되고 좋은 학교 졸업장을 가졌어도 취업은 요원하고 가지고 있던 재산도 언제 반 토막 날지 모르고 정부의 정책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조금만 따져봐도 도무지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공동체를 만나기가 어려운 세태다. 한 마디로 사막도 이런 사막이 없다.
이렇게 사회적 불안이 확산하면서 새롭게 주목하게 되는 경향은 점점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양상이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 자기 정체성의 고민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생각이지만 그것은 드러내놓은 심리라기보다는 가라앉아 있는 욕구다. 그런데 자꾸만 세상에서 험악하고 불안한 일을 겪으니까 결국 믿을 것은 ‘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고 ‘내가 누구인가’를 알려는 자기 분석에 사람들이 열을 올린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엄혹한 현실 앞에 미래를 향해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쳐야 하는 현대인들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진지하게 물어보고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가져본다. 그런데 솔직히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확인하기가 참 쉽지 않다.
2115A23 마음
사회학 이론 중에 ‘거울 자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거울에 비친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스스로의 생김새를 거울에 반사된 실체를 통해 확인하듯이 우리 각자의 자아 정체성 역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거울 자아 이론’이다. 결국 사막과 같은 인생길을 기쁨으로 걸어가느냐, 힘들고 마지못해 걸어가느냐 하는 것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해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거울 자아 이론’을 가만히 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직장동료들을 향해 내가 어떻게 말해주느냐가 그들에게는 그 자신의 정체성이다. 가식적으로나 결코 오버해 말할 필요는 없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보고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의 싹이라도 보이면 그것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준다면 그가 가는 인생길은 훨씬 덜 팍팍할 것이 틀림없다.
“못 살 것 같은 세상을 억지로 산다”는 푸념과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아무리 삭막한 인생길이라도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훨씬 덜 힘들게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찾지만 말고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돼보면 어떨까.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