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다 바꾼 이상희, 3년 9개월만에 정상 등극

KPGA SK텔레콤 오픈
스윙·클럽·골프볼 교체 적중
김경태 1타차로 누르고 우승
박상현 3위·최경주 공동5위

이상희가 22일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KPGA


모든 것을 바꾼 이상희(24)가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시즌 전 스윙과 클럽, 골프볼까지 모두 바꾸는 승부수 끝에 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상희는 2011년 10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신분 최연소 우승(19세6개월10일) 기록을 쓰고 이듬해 메이저대회 KPGA 선수권까지 제패한 선수다. 또 한국프로골프 대상(MVP)을 받은 2012년 일본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수석 합격하기도 했다. 한국남자골프의 ‘차세대 에이스’로도 불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3년부터 한·일 투어를 병행하고 있지만 양국에서 모두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일본 적응에 실패한 탓이 컸다.

이상희는 22일 3년9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이날 이상희는 인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파72·7,209야드)에서 끝난 SK텔레콤 오픈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우승한 것이다. 통산 3승째로 우승상금은 2억원이다. 일본 투어 12승, 국내 투어 4승의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를 1타 차로 눌렀다. 스윙을 교정하고 용품까지 교체하는 배수진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김경태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이상희는 버디 6개에 보기 3개로 3타를 줄여 1타 차를 끝까지 지켜냈다. 이상희는 12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해 김경태에게 공동 선두를 내줬지만 14번홀(파4)에서 김경태가 보기를 적는 사이 파를 지켜 다시 1타를 앞섰다. 이후로는 같은 홀에서 버디나 보기를 주고받았다. 결국 18번홀(파5)을 나란히 버디로 마치면서 이상희가 마지막에 웃었다. 티샷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적었지만 김경태도 2m 파 퍼트를 놓친 16번홀(파4)이 결정적이었다.

첫날 선두 이상희는 2라운드에 박상현(33·동아제약)에게 1위를 내줬다. 3타 차라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이상희는 3라운드에 1위를 탈환하더니 상위권 선수들이 나란히 3언더파를 치는 마지막 날 혼전 속에서도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상희는 고열과 두통 탓에 링거를 맞아가며 대회를 치렀다. 첫날에는 전날 밤늦게 병원을 찾느라 4시간밖에 자지 못했는데도 선두로 치고 나가 우승까지 내달렸다.

경기 후 이상희는 “우승컵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싶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옆으로 서서 왼쪽 눈으로 퍼트 라인을 보는 방법을 올 시즌부터 쓰고 있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은 8언더파 단독 3위, 최경주(46·SK텔레콤)는 3언더파 공동 5위로 마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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