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절벽과 구조조정 돌입 등 비상상황을 맡은 조선사들이 신규 선박 수주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1~2년 치 일감은 확보한 상태지만 신규 수주 없이는 향후 도크가 비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부터 운영자금 부족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3일 판교 R&D센터 대강당에서 영업 결의대회를 갖고 수주에 총력을 다한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 자리에는 조선시추사업부, 해양사업부 부장급 및 산하 영업팀과 프로포절팀 200여명 등 부진을 겪고 있는 해양플랜트 및 드릴십 등과 관련된 부서 임직원이 참석한다.
삼성중공업 수주 관련 부서 직원들은 앞으로 자발적 연장근무에 들어간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0월 이후 올 들어 수주실적이 ‘0’건에 머물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성동조선도 신규 선박 수주를 위해 노사가 함께 뛰기로 했다.
성동조선해양 김철년 대표와 강기성 노동조합 지회장은 지난 20일 경남 통영 본사 회의실에서 ‘긴급 노사 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 위기극복 결의문’을 채택했다.
노사 대표는 당장 다음달 초 그리스에서 개최되는 국제 조선·해양 박람회인 포시도니아에 함께 참여해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공동 수주 영업을 펼치기로 했다. 성동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에게 기술력, 철저한 납기 준수, 품질관리, 노조의 경영협조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발주 시 우리 회사를 찾을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그나마 발주가 나올 예정인 이란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란 국영조선소인 ISOICO와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지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지만 이란과의 우호관계 구축을 위한 투자라는 게 대우조선의 설명이다. 현대미포조선은 경제제재 전 이란과 총 12억달러 규모의 선박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이란 국영선사인 IRISL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수주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게 조선소 영업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발주 감소에서 구조조정 이슈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영업의 발을 묶고 있다. 특히 외국 선주사들이 국내 조선사들이 빅2까지 일제히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발주 협상에서 더욱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이미 발주처에 유리한 시장환경인데 구조조정 이슈까지 터지면서 발주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조선사와의 협상에서 자신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협상에서 더욱 느긋한 자세로 나오고 있어 우리 쪽만 속이 탄다”고 전했다.
게다가 중국의 저가 수주 역시 글로벌 영업현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한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최소 8,500만달러는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 30만톤급 대형 유조선 입찰에 중국이 7,500만달러선으로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영업담당자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력 감축과 생산설비 축소,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향후 구조조정의 관건은 신규 수주 여부라는 게 조선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함으로써 국내 모든 조선소가 예외 없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선 빅3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부실을 반영한데다 현재는 수주잔량이 남아 있지만 채권단이 당장 우려하는 것은 신규 수주 부족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라고 설명했다. 조선소는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유동성 경색이 생기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수주계약을 맺으면 뱃값의 10~15%를 선금으로 받는다. 이 선수금은 기존 수주 선박에 대한 기자재 구매,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치르기 위한 운영자금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안 될 경우 올해부터 조선사들의 현금부족 상황이 본격화돼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