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고액 예금' 사상최대

547조로 1년새 56조 급증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가계형편이 양극화하면서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고액 예금계좌가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 예금 중 10억원 넘는 저축성예금·금전신탁·양도성예금증서의 계좌 잔액은 총 547조4,820억원으로 지난 2014년 말(491조1,510억원)보다 11.5%(56조3,310억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종전 최대치는 2007년으로 52조6,000억원이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고액 예금이 급증한 것은 기업이 자금결제를 위한 예금을 많이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이 일시적 여유자금을 넣어두는 기업자유예금 중 10억원 초과 예금은 119조4,7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조7,750억원(21.0%) 급증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보다 여윳돈을 은행에 보관해두는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총투자율은 28.5%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7.9%)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액 계좌 증가에는 자산이 많은 가계가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에 고액을 묶어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안전한 은행에 맡겨진 것이다. 잔액이 1억원 이하인 예금은 지난해 말 기준 437조4,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0조1,48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10억원 초과 예금 증가율의 5분의1에 그쳤다. 1억 초과~5억원 이하는 8.5%,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예금은 8.1% 늘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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