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만 해도 음반을 녹음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명 음반사를 통해 음반을 발표하고, 그 음반이 대중에 팔리게 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클래식 음반을 발매한다는 건 정말 소수의 유명 연주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최근에는 간단한 장비만으로도 음원을 내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본인의 음악을 남기는 일이 손쉬워졌다. 하지만 공인된 유명 회사나 레이블을 통해 음반·음원이 발표될 때 파급효과가 훨씬 크므로 여전히 많은 클래식 연주가들은 과거의 방식을 통해 음반을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사실 녹음이라는 작업은 연주자 입장에서 신경이 하나하나 곤두서는 매우 고단한 작업이다. 유명 음반회사와 일을 할 경우 녹음 시간이나 스텝들과의 일정 조율처럼 신경 쓸 상황이 더 많아지므로 더욱 피곤하다. 연주자 자신이 백 퍼센트 만족할 때까지 반복해 녹음할 수도 없고 무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일들이 결정적 결함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성악가의 경우 아주 조그만 가래 소리나 매우 작은 발음의 실수, 가쁜 숨소리 등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커져 녹음에 지장을 준다.
그래서 유명 연주자 중에서는 음반 작업을 싫어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카라얀이 좋아했던 잔니 라이몬디 같은 테너는 녹음 마이크 앞에만 서면 지나치게 긴장하는 걸로 유명해, 그의 빛나고 화려한 가창에 비해 너무나 적은 녹음을 남겼다. 반대로 음반 작업을 매우 좋아한 연주자도 있다. 역사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그의 나이 31세에 모든 라이브 공연을 중단하고 스튜디오에서의 녹음작업에만 몰두한 특이한 경우다.
필자는 지금까지 4개의 독집 음반을 발표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녹음에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만, 그처럼 즐겁고 흥분되는 일도 없었다. 새로운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 음반 작업이란 연주자에게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주는 일임이 틀림없다. 류정필 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