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日, 아베노믹스로 경쟁력 강해져··민관기구 설치해 대응필요”

日, R&D 강화·선제적 구조조정 등 가속페달
일본 기업 74%“자신감 회복했다” 답해
범국가차원의 협의·대응기구 만들어야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기업의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민·관 합동 기구를 설치해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3일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전략에 대한 대응책 마련 시급’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아베노믹스로 엔화약세가 심해지고 일본기업의 채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일 제조업의 경쟁 관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계 당국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핵심 기조인 ‘엔저’를 등에 업고 채산성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2014년 10.3%에 불과했던 제조업경상이익률은 지난해 12.3%로 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투자예상액은 2014년 대비 4.7% 증가한 11조7,940억엔이다. 특히 기계·엔지니어링·조선(8.5%), 자동차 및 부품(6.1%), 소재 관련(5.1%) 순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일본 게이단렌이 조사한 결과, 일본기업의 74.1%가 아베노믹스로 인해 ‘잃어버린 20년’ 기간 중 상실했던 자신감과 경쟁력을 회복했다고 답할 정도로 아베노믹스의 파급력이 강력한 셈이다.

일본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재원마련에 대한 이견으로 구조조정이 한 발짝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일본은 반도체와 액정, 철강, 중전(重電) 분야 등 기능통합을 통한 신설회사 설립으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있다. 신니테츠와 스미토모금속이 통합한 신닛테츠스미토모금속, NEC와 미쯔비시중공업의 발전설비 분야를 합친 미쓰비시히다치 파워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베노믹스는 자연스레 일본은 떠났던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도 유도하고 있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정부의 법인세 인하, TPP 체결, 엔화약세에 따른 기업환경 개선 등에 따라 2014년 후반부터 일본기업들이 국내 회귀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 기업인 도요타는 세계 전략차종이나 소형 SUV를, 혼다는 오토바이나 소형차를, 닛산은 소형 SUV의 생산시설을 일본으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엔저가 한국의 글로벌 수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대일 수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일본이 개선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공 연구위원이 꼽은 대응책은 크게 △자발적 구조조정 △신성장동력 발굴 △민관 경쟁력 강화기구 설치 △스마트공장 등 기술확대 △일본기업 M&A(지분투자) 등 5개로 압축된다. 사공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의 협력 체제 강화를 위한 범국가 차원의 협의·대응기구 설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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