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365일 청문회’가 가능해 행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가 23일 정부로 이송하자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굉장히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했다. 이 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잠정 검토한 결과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는 있어왔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소관 현안 조사’가 추가됐다. 기존에는 ‘중요 안건’이 청문회 대상이어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소관 현안’으로 확대돼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합의하면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특히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통해 정부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민간 기업들도 현안이 생길 때마다 청문회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실장은 “이게 청문회이기 때문에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관련됐고 일반 민간도 관여돼 있기 때문에 굉장히 (남용) 우려가 많다”며 “청문회 자료 제출, 증인·참고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 부분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 청문회 개최를 남발하거나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대 국회 개정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청문회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며 정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인데 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난리를 치느냐. 청와대가 나서서 국회 운영에 발목을 잡겠다는 소리”라면서 “정상적이라면 거부권을 행사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도 “제도의 긍정성을 우선으로 보고 혹시 추진과정 속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때 보완책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면서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거부권을 검토한다니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중심으로 민생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때 일각의 우려는 기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이제 막 국회에서 통과된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 운운하거나 재개정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법 및 관련 법규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익일(다음날)부터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할지, 아니면 재의 요구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안이 민감한 데다 오는 25일부터 아프리카 순방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귀국 후 대응책을 고민해 다음달 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