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글로벌 변수 탓에 최근 한 달 동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투자전략이 ‘가치주 VS 성장주’로 엇갈리고 있다.
가치주 투자를 권하는 쪽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달러화는 제한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외국인의 수급이 악화될 때 낙폭이 큰 가치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반면 성장주 투자를 추천하는 쪽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헬스케어·정보기술(IT)업종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76억원, 기관은 1조4,849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는 38.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초부터 한국 증시를 강하게 사들였던 외국인이 최근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금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은 다음달 14~1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 15일 결정되는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M) 지수 편입 여부, 23일 열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 등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시장에 불리한 방향으로 각종 이벤트들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4%에 그쳤던 6월 FOMC 통화정책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최근 4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32%로 급격하게 올라갔다. 또 11일 발표된 파이낸셜타임스(FT)의 영국 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반대는 46%, 찬성 43%, 무응답 11%로 결과를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중국 A주의 MSCI EM 지수 편입 가능성도 40%대로 이전보다 높아졌다.
불안한 글로벌 이벤트 탓에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 등은 가치주 투자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의 조정은 ‘파는 조정’이 아닌 ‘사는 조정’이기 때문에 대규모 매도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랠리를 이어갔던 올 1월과 달리 최근의 신흥국 위험지표인 JP모건 EMBI 스프레드 등 위험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제한적인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근 주가가 떨어진 시가총액 상위 대형 가치주를 매수할 기회”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중형 가치주 중심으로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 때문에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 지수 부분 편입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져 수급 전망도 비우호적인 만큼 중형 가치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 전략에 나설 때”라고 조언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LIG투자증권 등은 달러 약세가 진행되기는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에 국제 유가 등 원자재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FOMC가 열리는 6월 중순까지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다소 꺾일 가능성이 높다”며 “에너지 기업이 많고 경기에도 민감한 가치주보다 헬스케어·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등 성장주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IG투자증권은 오는 3·4분기까지는 물가 상승이 전망된다며 일시적인 성장주 우위를 전망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 위축이 이어질 경우 성장 기대감이 높은 성장주가 증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 바닥을 확인한 국내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2·4분기와 3·4분기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물가상승 시기에는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으로 성장주 투자가 더 유리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연하·박호현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