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신고리 3·4호기. /서울경제DB
지난 1983년 이후 33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이후 24년간의 건설작업을 거쳐 영구처분시설을 2053년부터 완전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그동안 아홉 차례에 걸쳐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건설에 나섰지만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쓴잔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의 포화상태가 임박하는 등 물리적 시간이 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정부의 10번째 도전이 성공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26일자로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고준위방폐물은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또는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선의 세기가 강한 폐기물을 말한다. 월성원전의 경우 오는 2019년 포화가 예상되고 가장 늦게 포화될 것으로 보이는 신월성 원전도 2038년이면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이번 로드맵은 ‘사용후핵연료 공론위원회’가 지난해 6월 권고안을 제시한 후 1년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권고안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과 지하연구시설(URL), 처분전 보관시설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라고 제언했다. 권고안은 2020년까지 URL 부지확보 및 처분전 보관시설을 건설·가동하고 2030년에는 URL 가동, 2051년 영구처분장을 운영하되 불가피한 경우 각 원전 내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라는 내용을 담았었다.
관건은 역시 부지선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986년 울진·영적·영일을 시작으로 안면도(1990년), 안면도 등 7곳(1993년), 굴업도(1995년), 울진·영덕 등 4곳(2001년), 울진(2005년) 등 10곳에 총 9번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권마다 고준위방폐물을 ‘뜨거운 감자’로 여겨 다음 정권으로 미뤄왔다. 이번에 나온 계획안과 권고안의 일정차이가 있는 부분도 주민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6월 중순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 수렴을 한 뒤 7월 총리 주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기본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본계획안은 현실변화를 반영해 5년 단위로 보완된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국민과 지역주민들의 수용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안전성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핵심관리 기술은 적기에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