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선진화법 각하...20대도 '식물 국회' 되나

"의회 민주주의 훼손 안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의 일부 조항은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 결정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20대 국회에서도 19대와 마찬가지로 여야가 쟁점 법안을 놓고 정쟁만 거듭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26일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우선 각 상임위 내에서 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85조2의 1항이 헌법의 다수결 원칙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기재위원장의) 표결 실시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고 밝혔다. 신속안건으로 지정되면 해당 상임위는 18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며 이후 법사위는 90일 이내, 본회의는 60일 이내에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통과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헌재는 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국회법 85조 1항)을 문제 삼은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의 명문 규정이나 해석상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회부해야 한다(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않으므로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재판관 3분의2 이상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헌법률 심판이나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재판관들의 다수결로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는 이날 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서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직권상정 요건의 경우 5명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헌재의 판결에 따라 180석 이상의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20대 국회에서는 각종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치열한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 이전 선진화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새누리당은 선거 참패로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이날 헌재 결정으로 야당의 독주를 저지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내심 안도하고 있다.

/나윤석·권대경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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