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철강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포항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주도한 대표적 도시였다. 이들 도시가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쇠락과 재도약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도시연합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이다.
29일 울산시와 포항시에 따르면 위기에 빠진 두 도시의 상생협력은 대학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포스텍과 울산대를 비롯해 한동대·울산과학기술원 등 양 도시를 대표하는 대학은 최근 경주 현대호텔에서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Univer+City’ 선포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양 도시의 단체장과 기업단체 대표도 참석했다. ‘Univer+City’는 산·학·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을 모색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산학협력 대학으로 평가받는 울산대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분야 글로벌 기업들과 구축해온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철강까지 확대한다.
이번 두 도시의 상생협력은 다음달 30일 완전 개통 예정인 울산~포항고속도로가 기폭제가 됐다. 난공사로 어려움을 겪어온 남경주~동경주 구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12월 부분 개통에 이어 착공 7년 만에 완전 개통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총연장 53.7㎞의 울산~포항고속도로 개통으로 현재 자동차로 60분 가량 걸리던 양 도시의 통행시간은 절반으로 크게 단축된다. 상습 정체를 빚었던 7번·14번 국도의 교통난 해소는 물론 연간 1,300억원의 물류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당장 포항은 울산에서 산업용지를 구하지 못하는 기업을 유치해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포항의 산업용지 가격은 울산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또 고속도로 개통으로 울산지역 기업들은 가속기 클러스터 등 포항의 풍부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울산과 포항은 다음달 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인접한 경주를 포함해 3개 도시가 함께 참여하는 도시연합체 ‘해오름 연합’(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인구 200만명에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연합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3개 도시는 앞으로 산업을 넘어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재 상생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회의 정례화 등에 대해 조율 중이며 향후 1년간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세계적 산업도시로 발전한 두 도시가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양 도시의 대학과 산업체, 지방정부가 협력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도 “두 지역의 경제인과 대학, 시민·사회가 함께 본질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포항=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