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5A09 농협은행 조선사 여신규모
농협은행이 창명해운에 이어 STX조선해양 법정관리로 거액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올해에만 2조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김용환 금융지주 회장이 거액의 충당금을 한번에 쌓는 ‘빅 배스’를 선언했지만 농협중앙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4·4분기 STX조선해양 관련 충당금으로 적자전환한 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창명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가면서 순이익이 급감했다. 2·4분기 이후 전망은 더 심각하다. 당장 2·4분기 STX조선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STX조선 여신은 선수금환급보증(RG) 3,900억원, 대출 3,800억원 등 7,700억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STX조선 여신을 채권 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고정’으로 분류했지만 충당금은 1,179억원밖에 쌓지 못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농협은행은 다음달까지 STX조선 여신을 ‘회수 의문’ 또는 ‘추정 손실’로 분류해 많게는 6,500억원을 추가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더욱 문제는 STX조선 외에도 올해 구조조정 이슈가 몰려 있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에 여신이 몰려 있어 실적 악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 ‘빅3’에 대한 농협은행의 여신만 3조여원에 달한다. 대우조선 여신은 1조4,205억원, 삼성중공업 1조1,600억원, 현대중공업 1조272억원이다.
농협금융의 올해 3월 말 현재 충당금 적립률은 82.7%로 이를 타 금융그룹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약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용환 회장이 이례적으로 연내 ‘빅 배스’를 선언했지만 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는 기업이 과거에 쌓인 부실 요인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기에 후임 CEO가 빅 배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농협금융의 대주주인 중협중앙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앙회 쪽에서는 빅 배스에 대해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 배스를 할 경우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매년 내는 배당금이 없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실적 부진을 못 이겨 빅 배스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이 방안도 중앙회 쪽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