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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 만에 이뤄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은 밥도 먹지 않고 한 시간 남짓의 회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청와대는 다음달 1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튿날인 2일 오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할 것이며 오찬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의 의제와 일정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선 결과 회담 날짜는 정했지만 일본 측이 요구했던 식사 대접은 없는 일이 된 것이다.
자칫 무미건조한 만남으로 보여질 수 있는 한일 정상회담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는 회담인 만큼 양국 관계복원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의미 있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진전돼야 한다'던 기존 원칙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는데 양자 회담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와 함께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당시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그 기회(한중일 정상회의)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첫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일관계 정상화는 단순히 한일 양국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한미일 공조체제를 복원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일 관계 악화로 약해졌던 한미일 공조의 고리를 다시금 탄탄하게 조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우려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한일 정상회담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중국 경사론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 개선에 우리가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미국에 심어줘야 한다"면서 "양국 정상들이 역사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싸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먼저 대화의 손을 내미는 만큼 일본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사죄·배상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베 총리가 직접 해결 의지를 천명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으며 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고 주장해온 만큼 기존 발언에서 얼마나 진전된 모습을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이 6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해 한일 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협상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는데 4개월이 지나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관련한 성과를 전혀 도출하지 못한다면 모양새가 우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되는 것인 만큼 주요 의제는 과거사 문제가 아닌 한중일 3국의 공통 의제를 양자 차원에서 협력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외교부 차관을 역임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안보·경제 문제를 주로 논의하되 역사 문제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의 토대 위에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8대2 정도의 비중이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