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입소 11만 노인 "왜 우릴 차별하나"

연 120만~300만원 넘는 건보 본인부담액
돌려받는 요양병원 입원자 수두룩한데
요양원은 400만원 넘어도 환급금 '0'
전문가 "맞춤형 본인부담상한제 도입을"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본인부담상한액보다 더 낸 건강보험 진료비를 돌려받지만 노인요양원(장기요양기관) 입소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없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내내 요양병원에 입원한 A씨는 월소득이 100만원인 직장가입자 자녀의 피부양자다.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덕분에 연간 120만원을 초과한 진료비를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으부터 돌려받았다. 이런 식으로 요양병원 이용자 가운데 16만명이 지난해 돌려받은 돈이 4,350억원(1인당 273만원)으로 전체 건보 환급액의 50%나 됐다.

건강보험은 가입자의 보험료 수준에 따라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가 120만~500만원 등 7단계의 상한액을 웃돌면 초과액을 환급해준다. 재난적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뇌졸중으로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고 노인요양원에 들어간 B씨와 자녀는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장기요양보험에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없어 연간 410만원가량 되는 입소비를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해서다. 보험 적용이 안 돼 1년에 300만원 가까이 내는 식재료비·이미용비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건보가 적용돼 환급 대상에 포함되는 요양병원 식대와 영 딴판이다. 이런 식의 차별을 받는 사람은 10인 이상 요양원 2,800여곳 입소자만도 11만명에 이른다.

지방 요양병원 중에는 이런 제도상의 차이를 입원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은 “건보공단에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을 환급해주는 통장을 담보로 ‘외상 입원’시키는 요양병원에 입소 대상 노인을 빼앗기는 요양원이 꽤 된다”며 “장기요양보험도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해야 요양원·요양병원 간, 이용자 간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장기간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집에서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가계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되는 만큼 맞춤형 본인부담상한제 같은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게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 사회보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이용기간이 길어지고 본인부담 누적액이 커짐에 따라 본인부담 경감률을 계단식으로 높여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기요양보험요율이 올해 0.4%로 건강보험요율(6.12%)에 비해 매우 낮고 건보 상한제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이용자 대부분이 환급혜택을 보게 돼 재정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우선 저소득층부터 건보와 다른 기준의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면 상한제 남용이 심각한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장기입원자 환급액, 건보 재정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진료비를 깎고 본인부담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요양원 입소자 1인당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이 연간 410만~351만원(월 34만~29만여원) 수준이어서 언제 고액 수술비·검사비 등을 부담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의료비와 여건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간 120만~300만원이 넘는 건보 본인부담 진료비 발생은 ‘재난’이고 400만원 안팎의 요양원 본인부담은 재난이 아니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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