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가 1일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에서 열린 마지막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가결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상선(011200)이 사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에 성공하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양대 국적선사의 처지가 180도 뒤바뀌었다. 경영정상화의 첫 번째 관문인 용선료 협상이 타결 초읽기에 들어간 데 이어 두 번째 관문인 사채권자집회도 무난하게 넘어서면서 정부는 새로운 해운 동맹인 디(THE)얼라이언스에 현대상선이 편입될 수 있도록 전격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용선료 협상의 마감 시한을 두 달여 남겨 놓은 한진해운(117930)은 초조한 분위기다. 정부 내부에 양대 국적선사 중 한 곳만 살릴 수도 있다는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전략적으로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편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용선료 협상·채무조정 성공한 현대상선=현대상선은 1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에서 열린 제186회차와 제176-2회차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투자자들 전원으로부터 채무조정 동의를 얻어냈다. 금액은 각각 543억원과 1,200억원, 찬성률은 각각 100%, 96.7%를 기록했다. 이로써 전날 세 차례에 걸친 사채권자 집회를 포함, 총 8,042억원의 회사채에 대한 채무조정이 가능해졌다. 채무조정은 채권의 50%는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50%는 2년 거치 후 3년 분할상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막바지에 있는 용선료 협상은 다음주 초께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전체 용선료의 7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사 5곳과의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세부 조건에 대해 마지막 조율 중이다. 17곳의 벌크선사들에는 용선료 조정과 관련한 현대상선과 채권단의 최종 의견서를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채권자들이 채무 조정에 동의한 만큼 협약채권단도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 시기를 미룰 이유가 없다”면서 “용선료 협상이 끝나는 대로 채무의 60%를 출자전환하고 상환유예 및 이자 부담 축소 등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운동맹 편입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G6 해운동맹 정례회의에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참석해 해외 해운사들의 설득에 나선다. 현재 현대상선이 소속된 G6는 내년 4월 해체되고 디얼라이언스로 재편된다. G6에 소속된 독일의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NYK, MOL 등 3개사는 현대상선의 편입을 돕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영정상화라는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차관이 직접 나서 이들이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에 대해 확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진해운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에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진해운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업력이나 시장의 위상 측면에서 현대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판국에 이 모든 것이 경영진의 오판 때문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진해운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회사의 내부 상황을 노출시킬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며 직원들에게 언론 접촉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국적선사 간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한진해운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저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내년 4월 출범하는 디얼라이언스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회원사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파그로이드 등 3곳은 현대상선의 편입에 긍정적이지만 한진해운과 일본 K라인은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편입과 관련해서는 현대상선이 공식적으로 신청을 한 후 회원사들이 모두 모여 논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현재 단계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민규·이종혁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