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5A05 현대중공업 자구 계획안
0215A05 조선빅3 구조조정 프로세스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주채권은행들이 각각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자구안을 확정하면서 조선 ‘빅3’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서울경제DB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을 앞당겨 연내 실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도 잠정 승인돼 조만간 회계법인의 실사를 받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의 1차 관문은 넘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아직 녹록지 않다. 대우조선은 최근 완료된 회계법인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자구안에 반영해 6월 중순까지는 자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1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은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으나 실행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만큼 ‘수주 보릿고개’를 넘을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긴박감이 엿보인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과 보유 중인 유가증권 4,000억원을 모두 올해 처분하기로 했다. 당초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내년 초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왔다. 인원 감축, 근무시간 단축, 휴일근무 폐지, 임금 반납 등 내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8,000억원을 마련한다.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등 부동산자산도 내년까지 매각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 차량, 태양광, 로봇 산업, 터보기계 등 비조선 부문 사업은 내년까지 분리매각한다. 이에 따라 마련되는 자금이 총 3조5,000억원 규모다.
비상대책으로 거론되던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이번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구안 논의 과정에서 거론된 만큼 조선업 경기가 더욱 악화할 경우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금융 업계에서 추정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적정 시가총액은 4조원 규모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오는 2018년까지 현재 8조5,000억원(연결 기준 13조원)가량인 차입금을 2조원 이상 줄여 6조원대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34%(연결 기준 218%)에서 10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조선 빅3’ 중 그나마 재무구조가 가장 안정된 현대중공업은 이번 자구안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유동성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중공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잠정 승인받은 자구안에는 거제삼성호텔 매각 등을 포함한 1,700억원대의 부동산 매각, 두산엔진 지분 전량 매각 등 500억원의 유동성 확보, 1,500여명의 인원 감축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물밑에서 요구하던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안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을 통한 정상화 과정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현금성 자산 1조5,000억원 정도를 보유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주한 선박의 인도 시점이 멀어 향후 2~3년 후에는 유동성 위기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수금이 감소하면서 1·4분기 순차입금이 1조원 정도 늘어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당장 1~2년 안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수주한 선박들에서 추가 손실이 나거나 신규 수주가 계속 이뤄지지 않으면 2~3년 후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중공업의 수주절벽은 빅3 중에서도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글로벌 오일 메이저사인 셸로부터 수주받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3척 계약에 대한 해지 통보를 받았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액이 140척·290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이 144척·417억달러인 것에 비해 삼성중공업의 수주잔액은 낮은 수준이다.
가장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우조선의 자구안 진척 속도는 아직 더디다. 산업은행은 회계법인이 진행한 대우조선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자구안을 다시 수정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주절벽 상황에서 자구안을 마련해야 해 더없이 빡빡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은 1~2건의 선박 수주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인데 이 수주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자구안의 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채권단은 5년 동안 진행하기로 했던 1조원 규모의 인건비 감축을 3년 내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KB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대한 자산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했다.
/윤홍우·김보리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