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비리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전투기부터 잠수함·함정·방탄복·고춧가루까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군이 아래부터 위까지 썩을 대로 썩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 게다가 업자들의 농간에 육군사관학교 출신 엘리트 장교들이 놀아났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이 과정에서 침낭에 대한 허위정보까지 만들어 상부에 수차례 보고했다고 하니 긴박한 전시상황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민간에서는 캠핑 열기를 타고 값싸고 질 좋은 침낭이 넘쳐나는데도 시늉만 낸 신제품 개발업체에 장기간에 걸쳐 독점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번 사건은 예비역 장성이 전관예우를 받아 개입했다는 점에서 사회 일각의 ‘법피아’ ‘관피아’ 의혹을 쏙 빼닮았다. 미래의 예비역인 현역 장교들이 선배들의 청탁에 쉽사리 넘어간 것은 정예장교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일선 장병들의 복지와 전투력 향상을 내팽개치고 오직 금전과 사리사욕에 눈먼 군피아가 버티고 있는 한 국방부와 군에 대한 불신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침낭과 배낭이 수조원짜리 방산비리보다 작다고 해서 결코 가벼이 넘어갈 일은 아니다. 국방부는 1일 ‘반부패청렴추진단’을 만들어 부패 척결을 선언했지만 반신반의하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 군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예비역과의 유착관계를 근절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 군이 북한이 아니라 내부 부패로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