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형물은 홍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환경조각연구’ 수업 과제인 야외조각전에 출품한 조각 작품이다. 조형물은 순식간에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일베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학생들은 달걀을 던지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며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홍대 학생회 측은 각 단과대 학생회 및 동아리연합회와 회의를 열어 홍씨에게 작품 의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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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시 이틀 째인 1일 새벽 2시 20분쯤, 일베 손 모양의 조형물은 부서진 채로 바닥에서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구겨진 A4용지 2장이 부서진 조형물에 붙어있었다. 훼손한 사람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종이는 “너에겐 예술과 표현이 우리에겐 폭력임을 알기를,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님을, 모든 자유와 권리엔, 다른 권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조각상을 훼손한 학생은 홍대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일베 조각상을 파괴했다”고 자발적으로 밝혔으며 “사전에 의도한 행동으로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응당 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결국 1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홍익대학교 정문에 설치된 조각상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김모(2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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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조형물 훼손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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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정확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일베 상징물을 홍익대 정문에 설치해 많은 사람에게 혐오감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봤다”며 “표현의 자유라면서 6월 한 달 동안 그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 무책임함을 질타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홍익대 학생회 역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작품 의도가 될 수 있으나, 작품이 현실에서 발현되는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역시도 작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초 홍 씨가 밝힌 작품 의도는 “사회 만연한 일베 이슈를 보여줌으로써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번 일은 “예술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와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책임을 수반하는 것일 뿐,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라는 대립으로 이어지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한 누리꾼은 “자기 의견과 다르다 해서 폭력을 쓰면 그것이 정의인가”, “불편하다고 해서 한사람이 창작한 작품, 엄격히 말해 개인의 재산을 파괴할 자유나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편에서는 “작품 설명 없이 학교를 대표하는 정문에 설치한 것도 잘못”,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란 의견을 남겨 ‘이분법’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