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석유" 외치는 사우디, 글로벌 경제 큰손으로

국부펀드 PIF, 차량공유 우버에 35억弗 투자
요르단·터키 등 주변국 인프라사업도 나서

‘탈석유 경제’로의 변신을 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기업과 인프라를 아우르는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추진하며 글로벌 경제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차량공유 업체 우버에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5%를 확보했다. 이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달 우버 글로벌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우디의 리마 반다르 알사우드 공주는 FT에 “이번 투자는 자금을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려는 국가적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또 주변국의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중동의 돈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PIF는 지난 4월 요르단 정부와 공동투자자문위원회를 설립해 요르단의 유망 민간기업을 발굴·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4월 초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현지 방송에 출연해 홍해를 가로질러 이집트와 사우디를 잇는 약 32㎞의 다리를 사업비 17억달러를 들여 건설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지난달 터키투자청(ISPAT)과 터키 부동산에 6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합의도 이뤘다.

중동은 아니지만 이슬람권으로 분류되는 러시아 체첸자치공화국에도 손을 뻗쳤다. 람잔 카디로프 자치정부 수장은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우디와 공동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스키리조트, 수도 그로즈니의 고층빌딩 등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우디의 적극적인 해외투자는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모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비전 2030’을 본격적으로 실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살만 부왕세자는 지난달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기업공개(IPO)한 뒤 지분 5% 이내를 민간에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은 국부펀드에 넘겨 PIF의 자산 규모를 세계 최대인 2조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경제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마련한 PIF의 실탄을 현재 5%에 불과한 해외투자를 늘리는 데 쓰겠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0년까지 해외 유망사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20%까지 확대해 사우디의 경제를 저유가에도 끄떡하지 않는 체질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살만 부왕세자는 최근 알아라비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PIF는 사우디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력 기관차가 될 것”이라며 “세계 어떤 지역에서도 사우디 국부펀드의 투표 없이는 투자도, 움직임도, 발전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버는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9개국 15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버는 종교적 이유로 여성들의 운전이 금기시되는 중동에서 자사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이 지역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 내 우버 이용자의 80%는 여성이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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