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맥주 시장의 경쟁은 3파전 양상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저마다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대한민국 맥주 역사의 산증인인 오비맥주 역시 차별화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맥주 시장 1등의 위치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여름 오비맥주는 기존 맥주 업계, 나아가 주류 업계에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바로 트렌디한 감성으로 무장한 칵테일 발효주 ‘믹스테일(MIXX TAIL)’이다. 정통 맥주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비맥주가 갑자기 칵테일 발효주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오비맥주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나 혼자 가볍게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늘어나고 있어요.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주류 소비지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홈술족과 혼술족이 늘어났다는 것을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결과예요. 저희는 홈술족과 혼술족 증가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소규모로 즐길 수 있는 홈파티 주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선보인 제품이 바로 믹스테일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믹스테일은 기존 맥주 양조에서 사용되는 발효공법이 적용됐지만, 맛이나 알코올 도수 같은 측면에선 일반 맥주와 확연히 차별화된다. 증류주에 탄산음료나 주스를 섞어 만드는 RTD(Ready To Drink)나 프리믹스 칵테일과도 차원이 다른 신개념 발효주라는 것이 오비맥주 측의 설명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믹스테일은 증류주 위주의 칵테일과는 달리 ‘발효주’라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맥주 양조 과정과 동일하게 맥아를 발효한 뒤, 이를 여과해 얻은 양조 알코올에 라임과 민트, 딸기 등을 첨가했다. 알코올 도수가 8도임에도 부드럽고 목 넘김이 깔끔하다. ‘믹스테일’만 있으면 전문적인 바텐더 없이도 오감이 만족하는 칵테일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트로베리 마가리타’, ‘모히토’ 등 두 가지 맛으로 출시된 오비맥주의 ‘믹스테일’은 ‘칵테일 발효주’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믹스테일’은 오비맥주 본사인 AB인베브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이다. 이후 오비맥주 양조기술연구소에서 1년 동안 추가 연구를 진행해 국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맛을 찾아냈다.실제로 오비맥주의 믹스테일은 미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제조되는 같은 이름의 ‘믹스테일’과는 레시피와 맛, 패키지 등에서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믹스테일 제품은 모두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직접 양조되고 있다.
믹스테일은 ‘모히토’와 ‘스트로베리 마가리타’ 2종으로 출시됐다. ‘믹스테일 모히토’의 경우 맥아를 발효해 얻은 양조 원액에 라임과 민트를 첨가해 상큼하고 가벼운 탄산이 상쾌한 느낌을 준다. ‘믹스테일 스트로베리 마가리타’는 딸기의 새콤달콤함과 라임의 상큼한 맛이 탄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고급 칵테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풍미를 전해준다. 믹스테일의 두 제품은 모두 알코올 도수가 8도다. 다소 알코올 함량이 높은 편이지만, 부드러운 뒷맛 때문에 실제보단 낮은 알코올 도수를 느끼게 된다.
믹스테일은 출시 전 실시한 소비자조사에서도 맛과 디자인 측면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국내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맛 평가에서 믹스테일(모히토 맛)을 ‘가장 맛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4.8명(48%)이었다. 제품 패키지 선호도 조사에서도 10명 중 5명이 ‘만족한다’는 응답을 했다. 이는 ‘프리미엄’과 ‘상쾌한 느낌’으로 대표되는 믹스테일의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비맥주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25~34세 젊은 소비자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트렌드를 주도하고 새로운 문화를 소비하는데 적극적인 젊은 소비자들이 우리가 주목하는 타깃 고객”이라며 “맥주와 새로운 주류의 선택에 주저함이 없는 열린 소비층을 향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던진 또 다른 승부수는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다.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과 기존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통해 고급 맥주 시장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출시한 오비맥주의 ‘프리미어 OB’는 프리미엄 맥주 시장 공략을 위해 선보인 오비맥주의 야심작이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며 국내 프리미엄 맥주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프리미어 OB’는 독일 맥주 순수령(1516년 독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맥주의 원료를 보리와 홉, 물만으로 제한한 법령)을 충실히 따른 프리미엄 올몰트(All-malt, 물·맥아·홉으로만 제조한 맥주) 맥주다. 독일 바이에른 황실의 할레타우 지방에서 재배된 독일 노블홉과 1,000년 역사를 간직한 독일 황실 양조장 효모를 사용해 맥주 본고장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하고 진한 맛을 재현해냈다.
프리미어 OB의 강점은 경쟁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깊고 진한 맛이다. 맛의 비결은 바로 맥 즙 농도에 있다. 맥 즙 농도는 맥아의 원료인 보리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통상적으로 맥 즙 농도가 높을수록 맥주의 맛은 더욱 진해진다. 프리미어 OB 시리즈의 첫 제품인 ‘오리지널 그래비티’는 국내 올몰트 맥주 중에서 가장 높은 맥 즙 농도를 자랑하고 있다. ‘오리지널 그래비티’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오비맥주는 지난해 국내 대형 맥주 제조사 최초의 밀맥주인 ‘프리미어 OB 바이젠’과 흑맥주 ‘프리미어 OB 둔켈’을 잇달아 선보이며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가속화하기도 했다.
프리미어 OB 바이젠은 밀 맥아와 보리맥아를 절반씩 사용하고 독일산 프리미엄 홉을 발효해 제조했다. 여기에 오비맥주 양조기술연구소와 독일 브루마스터가 엄선한 상면 양조효모를 사용, 반투명의 뽀얀 빛깔을 내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을 구현했다. 특유의 쌉싸름하면서 진한 풍미가 수입 맥주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맥주를 접한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흑맥주 ‘프리미어 OB 둔켈’도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맥주 브랜드 최초의 올몰트 흑맥주인 이 제품은 흑맥주 특유의 진한 풍미와 부드러움 뒷맛을 구현해 색다른 맥주를 찾는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 공개된 오비맥주의 대표 라거맥주 ‘카스(Cass)’의 프리미엄 브랜드 ‘카스 비츠(Cass Beats)’가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카스 비츠’는 오비맥주 본사인 AB인베브의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이 처음 적용된 제품이다. 맥주 제품으론 이례적으로 갈색 톤 대신 강렬한 코발트블루 색상을 제품 디자인에 사용했다. 좌우 비대칭의 굴곡진 곡선형 라인을 통해 평범함을 거부하는 젊은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목 넘김 역시 훌륭하다. 알코올 도수는 5.8도로 4.5도인 카스 후레시보다 높지만, 맥 즙의 발효 공법을 개선해 쓴맛을 최대한 줄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변화하는 국내 고객의 취향을 사로잡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프리미엄급 후속작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