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대신 중북 관계 수호와 발전을 희망한다는 덕담을 남겼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냉랭했던 분위기와는 판이하다. 미중 양국이 서로 동맹국을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군사·외교에만 그친 게 아니다. 경제전쟁은 훨씬 심각하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맞서는 게 그 예다. 미국이 일본과 손잡고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공동전선을 편 데 이어 이번에는 금수조치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중 대치가 외교·군사에서 경제로, 간접견제에서 직접규제로 격렬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양쪽 모두 물러설 조짐이 없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정치·경제·군사강국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역규모에서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유일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국가들조차 미국보다 중국의 눈치를 더 보는 실정이다. 자칫 헤게모니 상실로 연결될지 모를 일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도 단호하다. 미국이 한미일 동맹과 필리핀·베트남으로 이어지는 바다 군사·경제 포위망을 형성한다면 대양 진출은 불가능하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고 남중국해 내해화(內海化)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문제는 양국 갈등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중국으로부터는 AIIB 설립과 관련해 참여 압력에 시달린 적이 있다. 미중 간 동맹국 선긋기 경쟁이 심화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처할 방안이 있는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닥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