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다소 상반된 메시지를 던지면서 절묘한 ‘강온 양면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루 장관이 사상 처음으로 한은을 방문한 것은 우리나라의 환율정책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와 다른 나라 재무장관의 회동 자체는 어색한 조합이거니와 미국의 통상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 ‘환율보고서’ 총책임자가 외환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은을 직접 방문한다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 부총리를 만나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루 장관은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국제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고 이를 악용하는 데 활용하는 수단과 방법을 파악하는 데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북한·중국에 대응할 ‘우방’이다. 환율, 대미무역흑자 등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을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즉 경제적으로는 한국을 압박해야 하지만 국제정치적으로 한국을 포기할 수 없어 강온 전략을 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한은을 방문한 루 장관을 두고 경제적인 압박을 넣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외환정책의 키는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지만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은 한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더구나 6~7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대미흑자폭은 늘어날 확률이 높다. 루 장관 입장에서는 사전 단속에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환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차원을 넘어 환율을 좀 낮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루 장관은 다른 나라의 환율정책에 ‘돌직구’를 서슴없이 날리는 성격이다. 지난 5월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일본은행(BOJ)의 엔화 개입에 경고하는 등 일본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이 이란과의 교역에서 미 달러화 결제가 금지돼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 루 장관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루 장관은 “한국의 TPP에 대한 관심을 환영한다”며 “향후 TPP 관련 협력을 심화해나가자”고 강조했다.
한국의 선진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가입에 대해서도 덕담을 건넸다. 루 장관은 “한국의 파리클럽 참여를 환영하고 파리클럽 회원국 확대에 대한 주요20개국(G20) 차원의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양국은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특히 유 부총리는 금융시장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가 G20 국제금융 체제 태스크포스 공동 의장국으로서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적절한 대출역량 유지 등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방안 마련을 위해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