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묘약 '천태만상'

ASMR영상부터 숙면 돕는 앱까지 다양해

귀이개를 든 여성이 등장해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귀지 파는 소리를 들려준다. 모닥불에서 장작이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장면과 소리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쓱쓱, 한 여성이 손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들린다.

가공된 소리에서 심적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자율감각쾌감반응(ASMR) 영상에 담긴 소리다.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일상 속의 모습이나 소리를 재현, 마음에 안정을 준다고 해서 최근 잠 못 이루는 2030세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ASMR는 빗소리, 먹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 등 백색소음으로 다른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맥락과 비슷하다.

백색소음은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거의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가지는 신호로 귀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되는 일이 거의 없는 소음을 말하며 거슬리는 주변 소음을 덮어주는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백색소음으로는 파도소리·빗소리·폭포소리 등이 있다.


ASMR 영상은 수십 년 전 미국 대체의학 사이트들이 사용한 음향 심리치료 효과를 적용한 것으로, 8년 전부터 미국 유튜브 이용자들이 관련 영상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며 입소문이 났다. 최근에는 국내 창작자들도 제작에 가세했다. ASMR를 접한 후 영상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등 강한 의존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밤마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며 ‘꿀잠’을 목말라하는 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숙면을 위한 도구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굿슬립’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은 빗소리·개울물·오르골 등 좋아하는 소리만을 섞어 나만의 수면 멜로디를 만들어 잠에 빠져들도록 도와준다. 플레이스토어 등 앱 장터에서 ‘숙면’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검색하면 수면 도우미, 릴렉스 수면 음악 등 각종 앱이 쏟아지고 있다.

수면제 시장도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꿈틀대고 있다. 특히 부작용과 중독성이 적은 비향정신성 수면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수면유도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비향정신성 수면제인 건일제약의 ‘서카딘’과 CJ헬스케어의 ‘사일레노’, 광동제약의 수면유도제 ‘레돌민’ 등이 그 예다. 지난 2014년 7월 출시한 수면호르몬 멜라토닌 성분의 불면증 치료제 서카딘의 경우 출시 첫해 하반기에만 10억원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지난해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2월 생약 성분 수면유도제 ‘레돌민’을 내놓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별도의 처방 없이 살 수 있고 내성은 물론 일과 중 졸림, 정신력 약화, 두통 등 수면제 부작용 우려도 덜한 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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