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는 한때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하지만 독특한 벽화와 예술적 건물들로 관심을 받으면서 고급 콘도와 주택들이 들어섰고, 임대료가 상승했다. 그 결과, 정작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예술가들은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영국 왕립협회가 발행하는 오픈사이언스 저널에 잉글랜드 워릭대학 차누키 세레싱헤 박사팀의 독특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거리 미술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것이었다.지금껏 예술이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 연구자들이 특정 지역의 예술성 있는 작품들의 숫자를 정량화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 공유 커뮤니티 플리커와 지오태깅 기술의 등장에 힘입어 상황이 달라졌다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3년 사이 플리커에 업로드된 런던의 사진 중 ‘아트(art)’라는 태그가 달린 것을 조사했다.
특히 위치적 정확성이 담보되는 지오태깅 사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런던의 평균 주택가격 변화와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예술 사진이 많이 촬영된 장소일수록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차누키 박사는 이번 연구가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디지털 발자국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 나타난 현상을 분석한 좋은 사례라고 강조한다. 향후 남은 과제는 예술과 부동산 가격의 상관관계가 가진 근본적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예술이 가진 진정한 힘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CHARLES Q.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