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에 적발된 이들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금융 당국은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본부 간 방화벽(차이니즈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일감 수주에 내몰린 탓에 회계사들의 직업윤리 의식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계사들은 해당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은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 다른 주식을 살 경우 내부 시스템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식을 사기 전과 후 회사에 신고해야 하지만 안 해도 그만”이라며 “대형 회계법인들은 글로벌 펌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회계법인 빅4의 업무 가운데 본연의 감사 비중은 30% 수준에 그친다. 컨설팅과 기업 실사, 세무 등 외연을 확대한 결과이지만 잇단 비리가 불거지면서 비 감사 업무확대가 적정한지 논란이 적지 않다.
금융 당국은 회계사들의 각종 비리와 관련해 차이니즈월의 제도적 강화와 더불어 감사·비감사 업무 겸임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 돈이 되는 컨설팅 수주를 위해 감사에 소홀하게 되는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사 비용은 대형 상장사라도 1억~2억원인 데 비해 자문 등 컨설팅 대가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회계법인의 회계감리와 컨설팅 겸업을 금지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행 제도상 비감사 업무 중 감사와 겸업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인수합병(M&A) 자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외부감사인이 감사업무와 이해 상충 소지가 없는 업무만 가능하고 유럽은 비감사용역보수를 감사의 7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