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둘레길 달팽이 마라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7살 때 일어난 6·25전쟁으로 전남 영암경찰서에 근무하시던 외삼촌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인민군에 항거하다 총살당하는 광경을 보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평소 순국선열에 마음속 깊이 감사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충일을 앞두고 달팽이 마라톤을 한다고 해서 참여했습니다”
5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 순례길 구간에서 열린 ‘2016 제2회 달팽이 마라톤’ 행사에 참가한 정영신(73)씨는 행사 참가 이유를 묻자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답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정씨 등 순국선열을 기리려는 시민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뤘다. 행사가 열린 북한산 순례길에는 1907년 일제의 침략 야욕을 규탄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파견됐다가 순국한 이준 열사와 이시영 초대 부통령, 신익희 초대 국회의장 묘소, 광복군 합동묘역 등 순국선열들이 잠들어 있다. 시민들은 우이동 솔밭근린공원∼4·19국립묘지 전망대∼이준 열사 묘소∼근현대사기념관에 이르는 2.3㎞ 구간을 걸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삶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가운데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권석훈(9) 군은 “순국선열들의 묘소에 둘러싸인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현충일엔 항상 이곳에 온다”며 “올 때마다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양석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겸수 강북구청장, 김동식 강북구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참가자들에게 “순례길 곳곳에 자리한 순국선열의 무덤에서 이들의 정신을 기리며 안전하게 산책을 즐기시길 바란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정 의원은 “특히 오늘은 현충일 하루 전날인 만큼 행사 이름대로 달팽이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우리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게 해준 이들의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순국선열들이 잠들어있는 북한산의 위용에 미세먼지 가득했던 서울 하늘도 이날은 맑게 개어 멀리서도 북한산의 장엄함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박 구청장은 “북한산 순례길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덕유산이나 지리산을 능가한다”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순국선열기념관과도 같은 순례길을 걷다 보면 자연과 역사, 문화까지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달팽이 마라톤은 서울둘레길 가운데 최적의 코스를 엄선해 시민들과 함께 걷는 행사다. /양사록·이주원·정수현기자 sarok@sedaily.com